2. 친일인명사전이 발간되었다. 몇 년 전인지 까마득하지만 나도 그 편찬 작업에 소액을 기부했었다. 기록을 남기려는 뜻에 동참했던 것이다. 수치스러운 역사도 역사이다. 그 사전에 대해서 왈가왈부 시비가 있는 모양이다. 당연한 현상이다. 그런데 학문의 자유 그 자체를 헐뜯는 시비는 걸지 않으면 좋겠다. 연구는 다른 연구로 비판하거나 평가하면 된다. 도를 넘어서 역사를 파헤치는 작업 그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반자유주의적인, 권위주의적인 발상이다. 박정희나 장지연이 친일 행위를 한 것이 아니라든지, 혹은 특별한 사정이 있어서 친일했으므로 면죄부를 줘야 한다고 생각하면 관련 연구를 해서 결과를 발표하면 된다. 세상에 완벽한 연구는 없다. 서로 비판하면서 지식을 축적한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3. 분단국가라서, 휴전 중인 북한이 공산주의 정권이라서, "좌" 혹은 "왼쪽"이라는 용어는 조심해서 사용해야 한다. 최근에 어느 배우가 좌파라는 말을 잘못 사용해서 공개 사과하는 해프닝이 벌어졌었다. 영화계 인사들이 좌파라는 표현이었는데, 뭔가 막혀 있는 상황을 좌파로 설명했다고 한다. 어이가 없다. 원래 좌/우는 이념적 성향(특히 경제 관련)을 평가하는 기준일 뿐이다. 그 배우가 특별히 무식해서 그런 용어 오용이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본다. 아직도 권위주의 정권이나 인사들이 펼친 이념 놀이의 부작용이 살아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심지어 친일인명사전을 발간한 사람들을 좌파로 부르는 것도 인터넷에서 봤는데 말문이 막힌다. 자신의 견해와 다른 주장을 펴면 "좌", "좌파", "좌빨", "친북", "빨갱이" 등으로 매도하는 한심한 작태를 더는 용납하면 안 되겠다.
4. "된장녀"라는 표현이 있다. 맛과 영양을 자랑하는 우리의 대표 음식 된장에 대한 모욕일 수도 있겠다.^^ 최근 어느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한 여대생이 키가 작은 남자는 "루저"라고 말하여 소위 "된장녀"가 된 모양이다. 그런 "대단한" 발언을 여과하지 않고 공중파로 내보낸 것이 제작진의 실수였는지, 표현의 자유로 간주했는지, 노이즈 마케팅을 노렸는지, 기타 등등에 대해서 사람들이 궁금하게 생각하고 비판하는 것도 자연스럽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 여대생의 생각이 현재 우리 세태를 제대로 반영하는 것 같기도 하다. TV에서 상대방의 신체 조건을 우스개 소재로 쓰는 것을 흔히 볼 수 있고, 일상생활에서도 외모지상주의적인 발언을 쉽게 만날 수 있고, 평소 인사처럼 상대방 외모에 대한 표현을 내뱉는 우리 문화를 참작하면 그 여대생이 "된장녀"로 집중포화를 받는 것이 안스럽기도 하다. 남 외모에 대해서 무슨 생각을 하든 자유이지만, 표현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는 교훈을 모든 사람이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
5. 행정중심 복합도시 세종시 원안을 수정해서 명품 도시로 만들겠다는 대통령과 총리... 어느 쪽으로 가는 것이 더 명품인지 나는 잘 모른다. 전문가들이 알아서 잘 평가하겠지만, 전문가들 견해도 다르게 나올 것 같다. 이런 경우는 Pacta sunt servanda.(약속은 지켜야 한다.)를 되새기는 것이 좋겠다. 약속 어기는 것을, 식언하는 것을 일종의 "취미생활"로 여기는 것으로 보이는 분들에게는 쇠귀에 경 읽기가 되겠지만 말이다. "무위(無爲)의 정치"라는 것도 있다. 뭘 무리하게 하려고, 또한 바꾸려고 온갖 용을 다 쓰지 말고, 물 흐르듯이 점잖게 가는 정치, 이전에 합의하고 계획했던 것을 묵묵히 실천하는 정치가 그 예이다.
4대강사안은 안타깝습니다.
답글삭제정말 그 후유증을 어떻게 감당하려는건지....
요즘 삼성의 매출 성과에 대한 기사가 많이 나오더군요. 관련 기사를 읽다가 네티즌들이 돈많이 벌었군~좋겠네.. 식의 댓글을 달았는데 빵터지게한 베플이 있더군요.
'그래봤자 이건희는 루저'...ㅎㅎ
아..요즘 신문, 뉴스 못보는데 박사님, 선생님 게시판 통해서 그나마 세상돌아가는 소식 접하네요.ㅠㅠ
비아 씨는 이번 학기에 강의도 많이 수강해서 고생이 심한 것 같네요. 열심히 하면 좋은 열매를 맛볼 수 있을 겁니다. 힘내세요.
답글삭제역시 안교수님의 의견은 제 생각을 많이 정리할 수 있게 해 주십니다.
답글삭제1. 4대강.
저는 생각이 단순해서인지, 건설공사 떡고물로 밖에 생각이 안 됩듭다. 이준구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것 처럼, 자연을 되돌아 올 수 없게 만들면 역사에 죄 짓는거라고 생각합니다.
2. 친일인명사전.
저는 솔직히 여기에 대해서는 너무 원론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요.
3. 윤계상의 영화계 좌파 발언.
스스로 사과한 것처럼 그냥 무식의 소치로 하기에는
우리 사회 전체에 깔려 있는 메카시즘의 산물같아서
씁쓸합니다.
좌파보다 우파가 꽉 막힌거 아니냐
또는 진짜 영화계에 정치적 좌파가 있냐는 식의 논의조차 무색하게 만드는 그 무식한 발언이
우리 사회 깊숙히 깔려 있는 "빨갱이멍에"씌우기의 한 귀퉁이를 본거 같고, 그렇게 얘기한 윤계상 역시 큰 범위의 피해자라는 생각이 듭니다. 쩝...
4. 루저...
저는 그 프로그램을 봤는데,
키 180이하 루저뿐 아니라
명품백, 결혼 상대자, 데이트 비용 등등
사람들 자극할 만한 얘기로 꽉 채웠더군요.
화나기 보다는 너무 웃기던데요.
아마 화내면 진짜 루저임을 인정하는거 같아서
화를 안 냈을 수도...
네티즌의 벌떼같은 반응도 당연 문제고,
TV 프로그램 제작진의 저열한 의도도 문제고,
솔직함과 무례함을 구분 못 하는 패널들도 문제지만,
저런 사고가 당연시 되고 만연한 이 각박한 사회에서
어떻게 괜찮은 여자를 찾을 수 있을까 하는 답답함이
화악 밀려 오네요.
관련댓글 중 대박 하나 있었죠.
수능 0.1%로 서울대 4년 장학생에
관정장학금과 미국 학교 장학금 동시에 받아
4년만에 학위하고 골드만삭스 리서치 부서에 취직하여
이 어려운 경제한파에도 승진까지 해 낸,
그런 훌륭함에도 불구하고 겸손하고 착하고
부모를 위하고 친구와 지인들을 챙기고
음악과 미술을 사랑하고
자기여자에게 굿매너를 보여주는 멋진 남자지만
키가 173이라서 루저~!
5. 세종시 사건.
이 사건은 이미 사회적 합의의 문제가 아니라
정쟁으로 바뀐지 오래 된거 같습니다.
안교수님 말씀같은 자세를 견지하기에는
정치하시는 분들은 다른 생각이 너무 많으신거 같습니다.
멀리 있으니 나라 걱정이 더 크게 느껴지는거 같습니다.
괜찮은 여자를 찾을 수 있을까 걱정하는 형석 씨...
답글삭제어딘가에 있을 겁니다. 이번 겨울에 귀국하시면 잘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
후원 겸, 자료 겸 해서 저 사전을 한 질 구입하고는 싶은데, 좀 많이 비싸군요. -_-;; (얼마 전에 70만원짜리 전질도 하나 지른 터라..)
답글삭제일단 마음으로 후원하시고,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그때 구입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
답글삭제진상규명보고서는 pdf로 받을 수 있더군요. 만세~
답글삭제http://www.pcic.go.kr:8088/pcic/newsBoard.do?action=view&boardId=report&main=news&sub=report&pageIndex=1&searchKey=&searchValue=&articleId=25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답글삭제시간 날 때 찬찬히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