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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8월 8일 토요일

[수필] 프랑스어에 대한 추억

(서울대 이준구 교수님 게시판, 2008/05/26)

(집에서 푹 잘 쉬고 있습니다.^^ 아래에 독일어, 프랑스어 얘기가 나와서 프랑스어와 관련된 기억 하나를 옮겨봅니다.)

캐나다도 미국과 같은 연방제 국가입니다. 크게는 영연방에 속해 있고, 자체적으로도 여러 주가 합쳐서 연방국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대서양에 연하고 있는 퀘벡 주는 아직까지도 프랑스 영향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오래 전에 퀘벡 시를 구경하러 간 적이 있는데, 관광 안내원이 퀘벡시 내에 있는 장군들 동상에 대해서 재미있는 얘기를 들려 주더군요. 영국과 프랑스가 캐나다를 차지하려고 붙었는데, 결국 프랑스가 졌죠. 그런데 패장인 프랑스 장군의 동상이 영국 장군의 동상보다 더 크다는 것입니다. 그 만큼 퀘벡은 캐나다 연방에서 이질적인 지역입니다. 퀘벡 주는 더 많은 자치권 보장을 연방 정부에 계속해서 요구해왔습니다. 분리주의자들도 있습니다.

퀘벡 주의 간판 대도시인 몬트리얼에 놀러 갔을 때, 대학생 시절에 배웠던 프랑스어를 한번 실습해보고 싶었습니다. 잠깐 휴식차 던킨도너츠에 부모님과 들러서 코코아 세 잔 주문을 과감하게 프랑스어로 해봤습니다.

"트롸 쇼콜라, 실 부 플레! (Trois chocolat, s'il vous plait!)"

못 알아 듣더군요. 종업원에게 몇 번 얘기해봤지만, 허사였습니다. 옆에 있던 손님이 안타까운지 대신 주문해주시더군요. 이렇게요.

"Three chocolates, please!"

그랬더니 종업원이 금방 알아 듣고 주문을 받아서 가더군요. ^^ 부모님 앞에서 제 프랑스어 실력도 한번 보여드리려고 했던 알량함이 무산되는 순간이었습니다.

퀘벡 백화점에서 어머니와 함께 이곳 저곳을 구경하던 중이었습니다. 어머니께서 스카프 가격을 한번 물어보라고 저에게 명을 내리셨습니다. 그 스카프에는 왜 가격표가 없었던지... 몬트리얼에서 실패담이 떠올라서 이번에는 영어로 물었습니다.

"How much is this?"

종업원의 답: "Cinquante deux. (Fifty two.)"

어렵쇼, 영어를 알아 듣는데 프랑스어로 답했던 것입니다. 저는 알아 듣기는 했는데 슬쩍 기분이 나빠졌습니다. 그래서 다시 물었죠.

"How much is this?" - "Cinquante deux."

이 기싸움이 다섯 번 정도 반복되었습니다. 지나가던 손님이 통역을 해주시더군요.

"Fifty two!"

그 스카프는 결국 안 샀습니다. ㅎㅎㅎ

저는 프랑스를 방문해본 적은 없습니다. 들리는 말로 프랑스에서는 영어로 얘기하면 못 알아 듣는 척 하는 경우도 많다는 얘기도 있던데, 퀘벡에서 경험을 참조하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북경의 괜찮은 호텔에 숙박한 적이 있는데, 예상 외로 중국인 종업원들이 영어를 잘 못하더군요. 유학 시절 중국에서 온 학생들은 영어를 잘하는 편이라서 중국 보통 사람들도 영어를 구사해야 하는 이들은 제법 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아니더군요. 중국이 올림픽을 앞두고 손님접대 언어 훈련은 잘하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Edith Piaf - La Vie En Rose - 1954


Edith Piaf - Non, je ne regrette rien (1961)

[음악] 아가씨, 나그네, 그리고 송어

(서울대 이준구 교수님 게시판, 2008/05/25)

독일어는 딱딱하고 프랑스어는 부드럽다는, 또 프랑스어는 예술에 더 적합하다는 선입견을 불식시키는 슈베르트의 가곡(Lied)들이 있습니다. 슈베르트는 600 곡이 넘는 가곡들을 작곡했습니다. "가곡의 왕"으로 불려질만 하죠. 연가곡집 "아름다운 물레방앗간 아가씨"와 "겨울 나그네"는 아름다운 음률을 간직한 애절한 스토리들을 펼쳐보였습니다. 두 가곡집 모두 실연한 청년 이야기입니다.

다음은 "물레방앗간 아가씨"의 첫 번째 노래, "방랑"입니다.

Pears & Britten - Die Schone Mullerin - n.1 Das Wandern
<가사 개요>
방랑은 방앗군의 즐거움. 방랑을 모르는 방앗군은 풋내기 방앗군이다.
물 흐름은 우리에게 가르쳤다. 밤낮을 쉬지 말고 오직 편력(遍歷)하라고.
물레방아도 쉬지 않고 돌아간다.
가루 빻는 돌은 무겁기도 하지만, 나란히 즐겁게 춤추는구나.
방랑은 나의 즐거움, 주인님도 마님도 평화스러운 여행으로 나를 보내 주오.

제분공인 청년은 장인으로 인정받기 위해서 방랑을 하던 중, 한 물레방앗간에 취직을 합니다. 그 방앗간 아가씨를 사랑하게 되지만, 그 아가씨는 다른 잘 생긴 사냥꾼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그 청년은 실연의 아픔을 겪습니다. 아래의 "내 것(Mein)"은 아가씨의 사랑을 받을 수 있겠다는 청년의 낙관적인 생각을 담고 있습니다. 착각으로 판가름났죠.

Pears & Britten - Die Schone Mullerin - n.11 Mein
<가사 개요>
냇물이여, 조잘대지 말라.
물레방아야, 소리를 내지 말라.
숲속의 쾌활한 새들아, 너희들도 노래를 그쳐라.
오늘은 숲속에서 한 가지만 노래하라.
'사랑하는 그 아가씨는 내것이다'라고.
봄이여, 네 꽃은 모두 그것뿐인가.
태양이여, 네 빛은 더 이상 밝지 못한가.
아, 행복의 말귀를 가슴에 품고 있는 것은 나뿐이다.
이 마음을 아는 사람은 넓은 세상에 한 사람도 없다.

"겨울 나그네"는 "아가씨"보다는 이야기 전개가 일관적이지 않습니다. 제목에 걸맞게 대부분의 곡들이 실연한 청년의 우울한 마음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성문 앞 샘 곁에 서 있는 나무 밑에서 단 꿈을 많이 꾸었다는 내용의 "보리수(Der Lindenbaum)"를 들어보시죠. 친근한 멜로디입니다.

Dietrich Fischer-Dieskau - "Der Lindenbaum" -Die Winterreise
<가사 개요>
성문 앞 샘 곁에 보리수가 서 있다.
나는 그 그늘에서 많은 단꿈을 꾸었다.
줄기에 사랑의 말 숱하게 새겨 넣고,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늘 찾아갔다.
오늘밤에도 그 곁을 지나면서 어둠 속에서 눈을 감았다.
나무 가지는 수선거리며 나에게 말한다.
'벗이여, 이곳에 네 안식이 있다'고.
찬바람이 불어닥쳐 모자를 벗겨 갔지만, 난 뒤돌아보지 않았다.
이제 그곳에서 멀리 떨어졌건만, 나에게는 그 수선거림이 들린다.
'안식은 이곳에 있다'고.

슈베르트의 피아노 5중주 "송어(Die Forelle)"를 들으면 슈베르트의 아름다운 서정을 또한 느낄 수 있습니다. 여유롭게 왔다갔다 하는 물고기를 직접 보는듯 합니다. 이 멜로디도 이미 들어보셨을 것 같습니다.

F. Schubert: Trout quintet - 4. theme and variations
Julian Rachlin, Mischa Maisky, Mihaela Ursuleasa, Nobuko Imai and Stacey Watton perform the famous piano quintet in A major by Franz Schubert.
A film by Jasmina Hajdany

이 5중주의 제목이 "송어"가 된 연유는 4악장의 주제가 앞서 작곡된 가곡 "송어"의 멜로디이기 때문입니다. 가곡의 가사 내용이 재미있습니다.

맑은 시냇물을 송어가 화살처럼 헤엄쳐 간다.
나는 냇가에 서서 고기가 놀고 있는 것을 기분 좋게 보고 있었다.
낚시군이 낚싯대를 들고 냇가에 서서 차가운 얼굴로 고기가 노는 것을 보고 있었다.
나는 냇물이 흐려지지 않는 한 바늘에 고기가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나쁜 사람은 기다리지 않았다.
그는 꾀를 부려서 물을 탁하게 하고 낚싯대가 움직였나 생각했는데,
벌써 고기는 낚여져 몸부림치고 있었다.
나는 흥분한 채로 속은 고기를 보고 있었다.

"아름다운 물레방앗간 아가씨" 해설 및 감상은 여기로

"겨울 나그네" 해설 및 감상은 여기로

좋은 주말 보내세요~

[첨부: 가곡 "송어"와 독일어 가사]

Ian Bostridge - Schubert - Die Forelle

In einem Bachlein helle,
Da schoß in froher Eil
Die launische Forelle
Voruber wie ein Pfeil.

Ich stand an dem Gestade
Und sah in sußer Ruh
Des muntern Fischleins Bade
Im klaren Bachlein zu.

Ein Fischer mit der Rute
Wohl an dem Ufer stand,
Und sah's mit kaltem Blute,
Wie sich das Fischlein wand.

So lang dem Wasser Helle,
So dacht ich, nicht gebricht,
So fangt er die Forelle
Mit seiner Angel nicht.

Doch endlich ward dem Diebe
Die Zeit zu lang. Er macht
Das Bachlein tuckisch trube,
Und eh ich es gedacht,

So zuckte seine Rute,
Das Fischlein zappelt dran,
[Und ich mit regem Blute
Sah die Betrogene an.]1

[ Die ihr am goldenen Quelle
Der sicheren Jugend weilt,
Denkt doch an die Forelle,
Seht ihr Gefahr, so eilt!

Meist fehlt ihr nur aus Mangel
der Klugheit, Madchen, seht
Verfuhrer mit der Angel!
Sonst blutet ihr zu spat!]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