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의 상원은 영어로 Senate이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원로원을 뜻한다. 2003년에 나는 그 프로젝트가 오히려 사회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고 판단하여, 정부에서 추진하지 말 것을 건의했다. 왜냐하면, 그 조직이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려면 원로원 격인 상원의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단원제인 우리 국회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원로원을 추진하는 과정에 국회와 정부가 맞서는 모양새가 될 것이며, 사회통합은 물론이고 사회협력도 아닌 불협화음이 생길 여지가 크다고 봤다.
우리 사회가 과연 통합이 더 필요한지도 여전히 의문이다. 정치인들이 즐겨 사용하는 대표적인 레토릭이 몇 개 있는데, 약방의 감초처럼 통합도 자주 등장한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라는 구호를 연상시키는 이 통합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지금 우리나라 상황에서 통합이라는 정치 구호를 주장하는 것은 남북통일에나 적용하는 것이 옳다. 남한만 국한한다면 이미 통합된 사회라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이미 통합된 사회에서 무엇을 더 통합하자고 주장하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만약 사회통합위원회의 통합이 여러 상충하는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것을 뜻한다면 그것은 사회협력이지 통합이 아니다. 굳이 통합이라는 용어에 집착하는 것은 우리 정치인이나 정당이 "공동체" 개념에 과도하게 몰입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뭔지는 몰라도 개인이 아닌, 전체를 위하는 것이 더 옳다는 이미지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아닌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자유민주주의에서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는 토양에서 출발하여 공공/국가/전체 이익을 추구해야지, 막무가내로 공동의 이익을 주장하면 그것이 다수 이익이 아니라 소수 이익으로 귀결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새로 출범하는 사회통합위원회는 각각 다른 이해관계가 우리 사회에서 표출될 수 있음을 제대로 인식하면서, 제 사회세력이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확보할 것은 충분히 확보하는 사회협력을 목표로 제대로 기능을 하기 바란다. 그 권위가 인정받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지만, 내 희망사항이다.
관련 글:
[정치] 통합과 협력
[정치] 참여정부에 대한 이런저런 추억거리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