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문고에 올라온 서평입니다. 제 졸저를 추천해주신 spvacation님께 감사드립니다.]
작성자: spvacation
2010년 3월 15일
http://booklog.kyobobook.co.kr/spvacation/802935/#0
이 책을 읽으려면 우선 '권위주의'라는 말을 먼저 확실하고 알고 읽어야 한다.
표준국어대사전의 풀이에 따르면 '권위주의'는 '어떤 일에 있어 권위를 내세우거나 권위에 순종하는 태도'라고 한다. 그렇다면 '권위'란 무슨 말인가? 같은 사전의 풀이를 보면 1.남을 지휘하거나 통솔하여 따르게 하는 힘 2.일정한 분야에서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고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위신. 또는 그런 사람이라고 나온다. 이 풀이를 보고 있으면 우리말 '권위주의'는 '권위'라는 말이 잘못 응용될 때 나타나는 현상을 말하는 것 같다. 아무 일에나 '남을 통솔하여 따르게 하는 힘' 또는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위신'이란 '칼'을 휘두르는 걸 보고 '권위주의'라고 하면 될까? 또 그런 '칼'을 휘두르는 사람에게 순종하는 것도 '권위주의'가 된다는 뜻이 될까? 조금 약한 것 같다. 성에 차지 않는다.
아마 영어의 'authoritarianism'이란 말을 번역하면서 'authority'라는 말의 뜻에 '권위'말고도 '권력' 같은 뜻이 있는 것을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 같은 어원에서 나온 'authoritarian'은 'favoring imposed order over freedom'하는 '독재자'란 뜻이다. 'authoritarianism'을 중국어로는 '독재주의', '권력주의'로 옮기고 있다. 나는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법>을 읽으며 이 말이 더 마음에 와 닿는다. '권력'이라면 바로 '강제로 국민을 어떻게 할 수 있는 힘'이 아닌가? '자유민주주의'를 말살하는 놈은 독재자들이 잘 쓰는 '독재주의' 다. 나는 독재주의에 철저히 반대한다.
(권력의 표준국어대사전 풀이는 이렇다. '남을 복종시키거나 지배할 수 있는 공인된 권리와 힘. 특히 국가나 정부가 국민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강제력을 이른다.')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법>에서 배웠다.
'자유민주주의'를 내세우는 사람도 많고 나라도 많은데 '권력주의'나 '독재주의'로 가장된 가짜들이 많다는 것을.
칼 슈미트(Carl Schmitt)는 '정치적이라는 것 (the political)'은 '적'과 '친구'를 구분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는 것을.(이건 모택동도 했던 말이다. 적과 친구부터 확실히 갈라서 파악해야 혁명에 성공한다고) 그러니까 '자유'와 '민주'의 탈을 쓰고 있는 가짜들을 빨리 파악해야 한다.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법>에서 다시 확인했다.
'자유'는 '피'가 필요할 정도로 얻기 힘든 것이고 '참여' 없이 민주는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폴 엘뤼아르의 시 '자유'가 생각난다.
나의 대학노트 위에
나의 책상과 나무 위에
모래 위에 그리고 눈 위에
나는 네 이름을 쓴다
파괴된 나의 피신처 위에
무너진 나의 등대들 위에
권태스러운 담벽들 위에
나는 네 이름을 쓴다
그리고 한마디 말의 위력으로
내 인생을 다시금 마련한다
너를 알기 위해 나는 태어났고
너를 이름짓기 위해 있느니
오, 자유여.
그 옛날 좋아했던 이 시를 다시 찾아 읽게 해준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법>, 강력 추천한다.
봄방학 2010/03/18 08:33
답글삭제교보문고 검열팀^^은 처리 속도가 늦은 걸까요, 올리는 서평들이 너무 많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예전엔 쓰면 바로 서평난에 올라가더니 요즘은 안 그런가 봐요.
안병길 청해 2010/03/18 11:14
교보문고 방식이 그렇군요. 조금 답답한 면이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