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친구인 메이데이님이 과분한 서평을 적어 주셨습니다. 매우 감사합니다.)
어떻게 된 심판인지 개나 소나 자유와 민주를 말하고 있다. 예컨대 ‘자유민주 수호연합’이라든가 ‘자유 총연맹’에서 하는 일을 듣고 있으면 다시는 자유와 민주라는 말을 입에 올리기조차 싫다.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는 한국에서 일어나는 비자유, 비민주적 행위들을 보면 더 그렇다. 자유와 민주가 한국에선 정말 고생이 많다.
그리하여 점점 자유와 민주가 재미없어 보이고 있었는데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법>이란 책이 세상에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제목만 봤을 때 민중이 권력자와 대결하는 법에 대한 설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덜컥 들었다. 조금은 식상한 주제다. 멀리로는 노동자여 대동단결하여 혁명을 완수하자는 방법도 있었고, 가까이에는 정당 활동을 활성화하여 말 안되는 무리들을 때려잡자는 방법도 있었다. 그런데 약자라면, 여자이면서 가난하고 미래도 불투명하며 한창 늙어가느라 힘이 많이 빠져 있는, 약자 중의 약자인 내가 있지 않은가? 나는 최근 들어 강자에 대항하여 이길 생각을 잘 못해봤다. 스파르타쿠스가 결국 로마제국을 이기지 못했고 동학 농민군이 조선 왕조를 뒤집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사는 일이 힘들다는 핑계로, 귀찮은 일은 될 수 있는 대로 미루자는 생각 때문이었다. 물론 잘못 걸려 감옥에 가는 게 무섭기 때문이기도 하다. 왕창 재수가 없으면 촛불 들었다가도 재판받고 감옥에 갈 수 있는 세상이니까.
그런데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법>, 이 책이 내 아픈 데를 꼭 찔러 주었다. 저항하라! 참여하라! 이 두 마디는 이 책의 핵심이자 이미 깊이 시들 대로 시든 내 고질병의 처방이다. 저항하고 참여하되 장기적으로 이익이 되고 전략적으로 안정적인 액셀로드-안병길 식의 ‘맞대응 전략’을 쓰라고 가르친다. 더불어 아주 구체적인 실천 방안도 들어있다. ‘맞대응 전략’은 흥분하지 않고 차분하게 저항하고 참여하는 방법이자 안전한 방법임으로 감옥은커녕 재미있게 저항할 수 있는 방법일 것 같다.
무엇보다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법>은 ‘자유’와 ‘민주’,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신선한 정의로 내 머리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자유’가 무엇인지, ‘민주주의’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물어보는 시험 문제를 받는다면 한 자도 제대로 써낼 수 없는 수준이었다. 그동안 그런 시험지를 받은 적이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다. 한 번도 제대로 배운 적이 없었다. 국정 교과서는 아예 개념이 없었고 선생님들도 스리슬쩍 넘어갔기 때문이다.(사실 그 분들도 잘 몰랐을 거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자유’와 ‘민주’에 대해서, ‘자유민주주의’에 대해서 충분한 답안을 얻었다. 개인이 이기적이고 합리적인 삶에 충실하면서 자신의 자유를 제한하는 세력에 용감하게 저항하는 것이 ‘자유’와 ‘민주’를 누릴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외운다. 정치학자가 ‘약자’의 편에 서서 ‘강자’를 이기는 방법에 대해 쉽고 자세하며 재미나게 일러주는 것을 첨 봤다. 그런 세상을 열어주신 안병길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이 책이 여러 사람들에게 ‘자유’와 ‘민주’, ‘자유민주주의’의 교과서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제대로 공부해서 ‘약자’가 ‘강자’를 이길 수 있다면 그 얼마나 신나는 일이 되겠는가 말이다.
메이데이 2010/03/17 19:52
답글삭제선생님은 제 인터넷 친구가 아니라 인터넷 스승이십니다. 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선생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안병길 청해 2010/03/17 20:43
아이고, 제가 메이데이님 스승이 될 만한 그릇은 아닙니다.
항상 성원해주시는 메이데이님께 제가 감사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