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Notice) | 방 명 록 (GuestBoard)

2010년 3월 31일 수요일

[단상] 경찰은 그곳에 왜 갔을까요?

천안함 침몰로 가장 가슴 아픈 분들은 실종 장병의 가족들이죠. 생사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가족이 겪어야 할 고통은 어디에 비할 바가 아닐 겁니다. 그 가족들이 모여 있는 2함대 사령부에 경찰 정보과 인력이 신원을 밝히지 않고 사복 차림으로 섞여 있다 망신을 당했습니다. 경찰은 그곳에 왜 그런 모습으로 나타났을까요?

국가는 폭력 덩어리입니다. 폭력을 행사하죠. 일종의 ‘조폭’이라고 보면 됩니다. 마피아와 같은 조폭과 다른 점은 국가는 정당하게 공적으로 폭력을 독점하는 것입니다. 그 합법적인 독점 폭력의 양대 지주가 군대와 경찰입니다. 천안함 실종자 가족은 그 한 축에 들어가 있었던 것이죠. 그런데 다른 축에서 인력을 파견하여 정보를 수집하려고 했던 것입니다.

경찰이 2함대 사령부의 허락을 받고 입장했답니다. 경찰과는 비교할 수 없는 막강한 무기를 소유한 군대가 실종자 가족의 신변 안전을 보장할 능력이 없어서 경찰의 입장을 허락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다른 이유가 있었겠죠. 그 다른 이유가 무엇일까요?

저는 그 소식을 듣고 일제 강점기의 순사를 떠올렸습니다. 조선 사람들이 모이기만 하면 무슨 작당을 하는지 사찰을 했겠죠. 그 다음에 떠오른 것은 우리 초등학교 6학년 도덕 교과서 66쪽에 나오는 다음 구절입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똑같이 존중 받아야 할 자유와 권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저마다 자기의 자유와 권리만을 주장하면, 사회는 무질서와 혼란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무질서를 바로잡고 모든 사람이 평화롭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누구든지 법과 규칙을 지켜야 합니다.”
사람들이 웅성웅성 모여 있으니, “무질서를 바로잡고… 누구든지 법과 규칙을 지켜야” 하는 것을 경찰이 보여주려고 그곳에 그런 방식으로 나타났을까요?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더 지키려고 노력하면서, 고통에 몸부림치는 시민의 염장을 지르는 일은 하지 않는 자유민주주의 경찰이 되소서…

댓글 4개:

  1. 갑갑합니다. 쩝 천안함 실종자의 무사귀환을 바라던 시민 네분의 촛불을 80여명의 경찰이 둘러싸 꺼버렸다는 뉴스를 보면, 단지 실종자 가족에게 필요한게 있는지 살피러 잠입한 것은 아닌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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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아, 그런 일도 있었군요.
    촛불에 무슨 알레르기가 있는 모양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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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메이데이 2010/03/31 22:40
    스스로 자유인이 되는 길이 얼마나 힘든가를 선생님 이 글에서 다시 한 번 깨닫습니다. 시킨다고 그대로들 하는군요. 공포를 느낍니다.

    안병길 청해 2010/04/01 13:51
    맞습니다. 조금 무섭기도 합니다. 그 사람들은 당연하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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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천안함 실종자 가족 여러분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평택택을 관할하는 경찰서에서 실종자 가족 열분을 대상으로 '눈물겨운' man-to-man 특별 써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합니다.

    http://media.daum.net/politics/view.html?cateid=100005&newsid=20100407111853582&p=yonhap

    실종자 여러분들을 자꾸 이런 식으로 대한다면, 그분들의 피눈물로 대통령 이하 권력기관 공복 여러분들이 단체 세례(?)를 받게 되더라도 할말이 없을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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