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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8월 4일 화요일

[단상] 문화의 차이

(서울대 이준구 교수님 게시판, 2008/03/12)
사진: 승리의 V와 다람쥐, 필자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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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문화와 동양 문화가 다른 면이 많은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입니다. 문화는 어느 것이 옳다는 이야기를 하기가 정말 어려운 면이 많습니다. 왜냐하면, 어떤 사회가 오랜 기간을 두고 많은 사람이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형성한 것이라서, 대부분의 사회 구성원이 비정상적이지 않은 이상 각 문화의 합당한 존재 이유가 있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우리나라의 보신 문화가 되겠습니다. 오래전에 프랑스의 브리짓 바르도라는 여인이 한국의 보신 문화를, 특히 개를 먹는 문화를 비난하면서 월드컵 유치의 자격이 없는 나라라고 편지를 돌렸다고 합니다. 프랑스 문화의 기준으로 보면 개를 먹는 문화가 이해되지 않을 것이지만 우리 문화에서는 개를 먹는 것이 보편화하여 있습니다. 어떤 여론조사 결과를 보니 대답자의 70% 이상이 보신탕을 먹는 것이 괜찮다고 대답하였다고 합니다.

개를 먹는 문화도 그 나름대로 존재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 민족이 황구를 먹는 것은 모자라는 단백질을 보충하는 한 방편으로 오랫동안 이어진 한 문화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프랑스에서 즐겨 먹는 달팽이를 잘 먹지 않듯이 프랑스에서는 개를 잘 먹지 않는 문화적 차이가 있을 뿐이라는 것이지요. 상당히 공감이 가는 주장이죠. 다만, 애완동물을 먹는다는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 개를 음성적으로 함부로 잡아서 먹는 것을 법으로 막으면서 식용 개고기의 유통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것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문화는 인간들이 살아가는 편리한 방편으로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문화 자체를 인간성과 혼동해서는 곤란하다고 생각합니다. 개를 먹는다고 해서 그 문화에 속한 사회 구성원들의 인간성이 나쁜 것과 동일시한다면 그것은 "자기 민족 중심주의적" 사고방식일 것입니다. 또 문화는 정체적인 것이 아니고 항상 변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보신 문화도 한국의 대부분 사람들이 거부한다면 없어질 수도 있겠지요. 식용 쇠고기를 먹으면서 유독 식용 개고기만은 안 된다고 합리적으로 혹은 논리적으로 주장할 수 없어서, 보신 문화가 별 무리 없이 사라지려면 결국은 사람들의 기호가 변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제가 한국의 어느 대학 교정에 갔을 때의 일입니다. 장시간의 여행을 마친지 며칠 되지 않은 때라서 시차가 적응이 안 되어 조금 어리벙벙한 상태에서 길을 걷고 있는데 먼발치에서 한 외국인이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외국인의 표정이 제가 거주하는 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표정이 아니었고 무뚝뚝함 그 자체였습니다. 저는 그곳을 미국으로 착각하고 버릇대로 살짝 미소 지으며 "Hi!"라고 말하고 지나쳤습니다. 물론 그 무뚝뚝한 얼굴의 외국인은 아무 인사도 하지 않고 지나쳤지요. 지나치자마자 저는 그곳이 한국의 교정임을 깨달았고, 그 외국인은 자신이 인사를 하지 않은 것을 깨닫고 뒤늦게 "Hi! How are you?"라고 제 머리 뒤통수에다 인사를 했습니다. 제 생각에 그 외국인은 한국의 일반적인 문화 (길거리에서 모르는 사람과 지나쳐도 인사를 하지 않는 문화)에 적응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에 따르라는 말이 있듯이 그 외국인은 한국에 왔기 때문에 한국 문화를 따르게 되었겠지요. 아무도 인사하지 않는데 혼자 인사하는 것이 얼마나 멋쩍었겠습니까?

물론 미국 사람도 인사를 잘 하지 않는 사람이 간혹 있기는 합니다. 저와 같이 일했던 직장 동료 중 한 명은 복도에서 마주쳐도 전혀 반가운 기색도 하지 않고 인사도 먼저 하는 법이 없었습니다. 처음에 저는 제가 혹시 동양인이라서 차갑게 대하는 것이 아닌가 했습니다만 나중에 보니 원래 그런 사람이더군요. 많은 미국 사람들은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 백화점이나 식료품점에서 모르는 사람과 눈이 마주치면서 지나칠 때 가벼운 인사를 하는 문화가 있습니다. 그 인사 문화를 서양 사람들의 호전적 문화와 연관을 지우는 주장도 있습니다만(옛날에는 서로 싸우는 것이 예사였으니까 먼저 악수나 가벼운 인사를 하여 싸울 의사가 없음을 나타낸다는 것이지요), 제가 보기에는 인사를 하지 않는 것보다는 가벼운 인사를 하는 것이 평화롭고 친근감이 드는 것 같습니다. 제가 이미 미국식 문화에 일부 젖어 있어서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저는 미국문화 예찬론자는 아닙니다!)

우리의 전통문화에는 웃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나가는 사람에게 살짝 웃으면 그 사람을 약간 모자라게^^ 보거나, 심지어는 비웃는 것으로 해석하여 잘못하면 싸움이 될 수도 있지요. 그래서 문화 자체가 잘 모르는 사람과의 인사를 장려하지 않는 편이었던 같습니다. 저와 지나쳤던 그 외국인도 그런 문화에 따라서 한국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저는 해석하였습니다.

조금 극단적인 예가 되겠습니다만, 서울에서 제가 지하철을 탔을 때의 일입니다. 쉰 살 정도 되어 보이는 한 아주머니가 타시기에 제가 자리를 양보해 드렸습니다. 다른 분은 감사한다고 말하면서 자리에 앉았을지도 모릅니다만 그 아주머니는 저를 쳐다보지도 않고 그냥 자리에 앉으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매우 특이한 아주머니라고 생각하고 그 이야기를 우리나라에 계신 친지들에게 말씀드렸더니, 감사 인사를 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라고 말씀하시더군요.

그 추측을 뒷받침하는 한 예로 우리나라에서는 식당에서 종업원이 음식을 내어와도, 손님이 고맙다는 인사를 거의 하지 않는 것으로 저는 알고 있습니다. 제가 어떤 식당에서 반찬을 갖다 주는 종업원에게 고맙다고 말했더니, 그 종업원은 이상한 듯이, 어색한 듯이 웃더군요. 주위의 손님들을 봐도 그렇게 감사하다고 인사하는 손님들은 없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 문화에서는 젊은 사람이 나이 많이 든 사람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것을 당연시하고, 식당 손님이 종업원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지 않는 것이 자연스러운 문화가 있는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는 당연해도 인사를 하는 문화적 차이가 있지요.

저는 한국에 갈 때마다 미국과는 다른 그런 문화적 차이를 많이 느꼈습니다. 다른 예로 미국 사람들은 모르는 사람과의 가벼운 신체 접촉을 매우 꺼립니다. 복잡한 백화점에서 옷깃만 스쳐도 깜짝깜짝 놀라면서, 별로 잘못한 것도 없는데 "I am sorry."를 연발하는 것이 그들 문화이지요. 어떻게 보면 너무 형식적이고 귀찮은 문화이기도 합니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인데 팔, 다리 조금씩 스쳐 가면서 살면 뭐 어떻습니까? 그 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가벼운 신체적 접촉이라는 측면에서 너무 "다정다감한" 면이 있다고 봅니다. 서로 지나칠 때, 고의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팔을 툭 친다든지 어깨를 가볍게 스치면서 지나칠 때가 흔하죠. 지하철에선 어떻습니까? 복잡하지도 않은 시간일지라도 출구로 나갈 때 "실례합니다."라고 길을 비켜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친밀감" 있게 밀고 나갈 때가 잦은 것으로 압니다. 제가 일부러 지하철에서 출구로 나갈 때 "실례합니다."라고 말을 했더니 길은 모두 비켜 주시더군요. (물론 출퇴근시간에는 그런 말을 할 여유가 전혀 없겠지요.) 따라서 그때의 제 결론은 말로 양보해 달라는 의사소통이 될 수 있음에도, 문화적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것을 귀찮아한다든지 어색하게 생각하는 면이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는 지하철에서 밀고 나가지 않고 실례합니다라는 말을 해서 앞에 서 있는 사람이 길을 비켜주는 것이 더 좋아 보입니다만... 식당에서 음식을 내어 오는 종업원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면 그 종업원이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요. 지나치면서 말로써 크게 인사하지는 못하더라도 살짝 웃으면 상대방이 기분 나쁘게 보지는 않을 것 같아요. 서로 실례한다고 양보해 주면 불쾌지수 높은 더운 날 덜 불쾌해질 것 같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