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이준구 교수님 게시판, 2008/02/26)
아래의 "증명해봐!" 댓글 이음에 사랑 얘기가 예기치 않게 나오는 바람에 동서양을 뛰어넘은 사랑 만들기 협조게임이 생각났습니다.
미국 동기생 중에 예쁜 금발 여학생 Lucy가 있었습니다. 같은 금발인 선배가 계속 관심을 두고 그 여학생과 사귀고 싶어 했습니다. 청춘에 남녀 사랑만큼 중요한 것이 있겠습니까. 청춘이 아니더라도 파우스트 박사의 경우를 보면, 늙어서도 영혼을 악마에 저당잡히고 사랑을 추구할 정도로 사랑은 인간에게 절실한 것이지요. (저는 괴테의 파우스트를 끝까지 읽지 못했습니다. 괴테에 바탕을 둔 구노의 오페라 파우스트 줄거리를 참조했습니다. 오페라 파우스트는 우리들의 귀에 익은 "보석의 노래"와 "병사의 합창" 등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 둘은 조금씩 사귀게 되었는데, 큰 진척은 없었던 모양입니다. 하루는 학생들끼리 맥주를 한잔하러 갔습니다. 그런데 그 즈음에 둘 사이가 조금 좋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그 선배가 저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맥주를 제법 마셔서 모임이 끝날 무렵이 되면 제가 루씨에게 집에 태워 달라고 요청하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루씨가 거절하지 못할 것이고, 자기도 그 차에 슬쩍 함께 타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루씨와 조금 친한 것을 알고 협조를 요청한 것이지요. 저를 먼저 내려주면 둘만 남으니까 그 선배가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계산이었습니다. 저는 흔쾌히 도와주기로 했습니다.
맥주를 마시면서 도와줄 바에 아예 확실히 밀어주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임이 끝나고 나서, 여러 명이 작별 인사를 하는 자리에서 그 선배에게 말했죠.
"I know the TV program, 'I Love Lucy.' Do you love Lucy?"
그 선배는 눈이 휘둥그레해 졌고, 제 서툰 조크에 루씨를 포함하여 모두 크게 웃었습니다. 작전은 차질 없이 진행되어 세 명이 같은 차를 타게 되었습니다.
몇 년이 지나고 나서, 둘이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지금도 잘살고 있을 겁니다. 주위에 비슷한 사례가 있으면 팍팍 밀어 드리시기 바랍니다.
(OO님, 위의 꽃 이름도 혹시 알고 계시면 알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우리 집 화단에 있는 꽃나무인데 이름을 모르겠군요. 위의 음악은 구노 파우스트 4막에 나오는 "병사의 합창"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