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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6일 화요일

[정치] 행정구역 개편과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선

(서울대 이준구 교수님 게시판, 2009/08/18)

김대중 대통령이 서거하셨습니다. 또 한 명의 자유민주주의 정치인이 가셨습니다. 삼가 조의를 표하면서 애도합니다.

지난 8.15 경축사에서 이 대통령은 행정구역 개편과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선을 묶어서 던졌습니다. 저는 두 사안 모두 개별적으로는 찬성하지만, 둘을 묶어서 던진 것은 잘된 의제 설정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정치적 지역주의 완화를 명분으로 내세워서 국회의원 선거제도만 던졌으면 모양새도 더 나았고, 추진력도 더 생겼을 것이라는 느낌입니다.

선거제도와 행정구역 개편을 함께 던지면, 자동으로 게리맨더링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정치적 지역주의 완화라는 선거제도 개선 명분의 빛이 바래질 수 있죠. 이미 그런 조짐이 정치권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면 이런 전략적 실수가 나옵니다. 대표적인 것이 참여정부 때 노 전 대통령이 같은 명분의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선 요청을 대연정과 연계한 것이었다고 봅니다. 대연정을 굳이 연계할 필요는 없었던 사안입니다. 노 전 대통령도 나중에 실수였음을 스스로 인정했죠.

민주당은 이 사안과 관련하여 중대선거구제를 카드로 제시하는 모양입니다. 이것도 별로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제 블로그에 올렸습니다.
http://ahnabc.blogspot.com/2009/08/blog-post_18.html

댓글 1개:

  1. 윤형석
    (2009/08/19 01:01) 우리나라의 지역주의 병폐를 극복하려는 대안으로 중대선거구제 얘기가 나왔을 때, 제 머릿속에 문득 드는 생각은,
    "과연 쉽게 지역주의 병폐가 극복될까?"
    "어느 당이 불리해 질까?"
    였습니다.

    정치하시는 분들은 좀 더 정확하고 객관적인 데이터를 근거로 스스로의 의견을 내시겠죠. 결국, 좋은 이상 추구를 통하여 불리해지는 쪽에서는 이상과 달리 반대하게 될 것이고... 이래서 정치가 어려운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안병길
    (2009/08/19 01:35) 선거제도를 바꿀 때, 정치인들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그들도 인간이니까요.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민주당은 중대선거구제를 채택하면 영남에서 선전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고, 한나라당은 중대선거구제하에서도 호남에서 건질 것이 없다는 계산이 깔려 있습니다.

    2003년에 저와 함께 했던 학자들은 그런 정치적 이해관계도 함께 고려했습니다. 제가 블로그 글에서 제시한 방안이 유일하게 여야 어느 쪽도 명시적인 이익을 더 챙길 수 없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죠. 그래서 그 방안이 더 현실적이라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설득만 잘 하면 정치적 계산에 따른 여야 합의도 가능하다는 것이죠.

    미국에 앉아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마음이 답답합니다. 뭐, 전문가들이 열심히 설득해도, 자기 마음대로 생각하는 정치인들이 대부분이니... 제가 서울에서 열심히 설득하고 다녀도 결과는 비슷할 것 같습니다. ㅜ.ㅜ

    김윤
    (2009/08/19 08:58) 얼치기로 "불가능성정리"를 배운다음에.. '어차피 해봤자 답이 없는거..'하면서 정치제도같은 상황에 대한 제 무관심과 무식함을 합리화했었는데..

    박사님 덕분에 제 오만한 무식함이 조금이나마 줄어들고 있어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ㅠ.ㅠ 이상하게 시험공부나 다른 공부나..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제가 아는 것이 아무 것도 없는 것같은 초라함에 휩싸이는 것 같습니다...(물론 더 아는 것 없으면서 제가 엄청 많은 걸 안다고 생각했던 더 철없는 시절에 비하면 상당히 좋은 변화라고 생각합니다만..^^;;)

    안병길
    (2009/08/19 09:52) ㅎㅎㅎ 불가능성 정리는 "절대성"을 거부했다고 저는 이해합니다. "상대성"은 현실에서 엄연히 존재하고, 특정 잣대를 갖다 대어서 어느 것이 상대적으로 더 옳은지 따지는 것이죠.

    제 글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니 제가 기쁩니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불끈! 납니다. ^^

    박재현
    (2009/08/20 03:20) 지역주의는 만들어진 현실이라는 주제로 책이 출간된 것을 보았습니다. 지역정당이라는 이름을 함께 가진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정책이 지역주의라는 관점으로 온전히 설명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회의가 들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지역발전을 위한 지역개발이 오히려 다수의 지역민들에게 피해로 돌아온 많은 정책사업을 생각하면 더욱 그러합니다.

    국가를 사유화한 듯한 정권의 행태에서 오히려 민주주의가 움직일 공간이 자꾸 협소해지는 걸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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