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긴 자가 항상 옳은 것은 아니라는 것은 상식이다. 마찬가지로 졌다고 해서 항상 틀렸다고 얘기할 수 없음은 자명하다. 이런 간단한 상식 혹은 진리가 현실에서 무시되는 경우를 볼 때 안타깝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옳고 그름이라는 잣대와 승패의 잣대는 다르다. 또한, 선호의 잣대와도 다르다.
어제(2005년 8월 25일)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를 보고 나서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정치에서 흔히 말하는 올바른 길과 잘못된 길의 구분은 승리, 패배, 좋음, 싫음 등의 다른 기준에 의해서 강변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대통령이 되었다는 것은 정치적으로 승리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 승리가 올바른 길을 보장해주지는 못한다. 지역구도 극복 방안 마련이라는 정치권의 타협에 대통령 권력 양도 혹은 포기라는 대통령의 개인적 선호를 계속 설파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 선호가 정치적으로 올바른 길을 또한 보장해주지는 못한다.
대통령 권력은 권력으로, 지역주의 완화를 위한 선거구제 개선은 개선으로 구분하는 방법도 있다. 그것이 오히려 더 올바른 길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정치적 지역주의 극복의 중요성에 대한 대통령의 문제의식은 충분히 공감하지만, 승부사적으로 협상 테이블에 부자연스럽게 올리려는 대통령의 전략이 너무 안스럽다. (그 전략은 이미 2003년 2월 당선자였던 인수위원회 시절에 암시한 바 있다.) 지역구도 완화를 위한 선거구제 개편 자체가 대의명분이므로 그 정치적 의제 자체에 국민의 적극적인 지지와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데 왜 그런 무리수를 두는지, 어렴풋이 이해는 되지만 그래도 어색해 보인다.
대통령 주위에 정치 선생이 몇 명 있어야 된다는 참여정부 초기의 내 진단이 다시 생각나는 시점이다. 아직 2년 반이나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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