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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8월 18일 화요일

[정치] 중대선거구제 집착증?

2003년 인수위 정치개혁연구실에서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선에 대한 심층 연구가 있었습니다. 그때 관련 정치학자 10여 명이 한 달 넘게 연구, 분석, 토론하여 최종적으로 합의한 개선안이 소선거구제 + 일률배분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입니다. 이전에 적은 글에서 이 최종안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http://ahnabc.blogspot.com/2009/07/blog-post_29.html
"셋째, 소선거구제 + 일률배분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입니다. 전국을 서울 / 인천 경기 / 강원 / 충청 / 광주 호남 / 부산 울산 경남 / 대구 경북 / (제주), 7~8개 권역으로 나눠서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적용합니다. 지역구 200석, 비례대표 99석으로 하며(현행 법률상 국회의원 수 상한선은 299석), 각 권역 비례대표 배분은 각 정당의 권역 내 득표율이 아닌, 전국득표율을 기준으로 하는 내용입니다.

이 방안은 이론과 현실(국민 설득, 여야합의 가능성 등)을 심층적으로 고려한 것으로서, 정치적 지역주의 완화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권역별 비례대표를 전국 정당득표율로 배분하는 점에서 시비가 걸릴 수 있지만, 국회의원은 국가 전체를 대표하는 헌법기관이므로, 그렇게 배분해도 괜찮습니다. 이 제도를 도입해서 우리 정치의 발목을 잡는 정치적 지역주의를 점진적으로 완화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저는 이 최종안을 홍보하기 위해서 나름대로 노력했습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269565&PAGE_CD=
http://www.ugynews.com/newnews/print.php?uid=7837

집담회나 세미나에 참석해서 그 개선안을 설명했을 뿐만 아니라, 국회의원들도 여러 명 만나서 선거제도 개선이 실제로 추진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탰습니다. 그런데 그때 제가 받은 인상은 많은 국회의원이 중대선거구제에 큰 미련을 갖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선거제도를 연구한 학자들 사이에서 중대선거구제를 지지하는 예는 별로 없었습니다. 실제로 2003년 인수위에서도 중대선거구제는 일찌감치 논외로 제쳐놓을 정도로 이론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결함이 많은 제도입니다. 그렇지만, 국회의원들은 단순히 나눠 먹기 식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중대선거구제를 하면, 한 선거구에 여러 명이 당선되니, 몇 정당이 의석을 나눠 갖게 되고, 결국 정치적 지역주의 완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추정이었습니다. 제가 아무리 논리적으로 설명해도, 그래도 중대선거구제가 좋은데... 이런 식이어서 크게 실망했습니다.

8.15 경축사에서 이 대통령이 선거제도 개선을 언급했다고 하는군요. 자세한 내용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정부/여당의 복안에 제가 홍보하고 다녔던 개선안과 비슷한 내용이 들어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연구를 참조한 것으로 보입니다. 민주당은 중대선거구제를 들고 나왔다고 합니다. 재미있는 현상입니다.

정치적 지역주의 완화 효과를 명시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일률배분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저는 지지합니다. 우리 현실에서 중대선거구제는 제2, 제3의 지역 정당이 등장할 가능성을 높일 뿐입니다. 18대 총선에서 친박연대 사례를 고려하면 이 문제점을 잘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중대선거구제는 민주주의의 핵심 기본 원리인 단순과반수 원칙을 어길 가능성이 매우 큰 선거제도입니다. 특정 선거구에서 과반수가 싫어하는 후보가 당선되면, 그것은 다수의 지배라는 민주주의 정의와도 어긋납니다. 일본에서도 중대선거구제에서 소선거구제로 바뀐 지 오래되었습니다.

민주당이 근거 없는 중대선거구제 집착증에서 벗어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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