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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1월 13일 금요일

[자유] 최근 시사 쟁점에 대해서

1. 4대 강 사업이 정식으로 착공되었다. 서울대 이준구 교수는 4대 강 사업이 정부 주장대로 성공한다면 "겸허하게 무릎 꿇고 사죄"하겠다고 공언했다. 한 원로 학자가 그런 약속을 하게 만든 작금의 상황이 답답할 뿐이다. 지금은 개발독재 시대가 아니라는 상식을 정부와 여당이 다시 생각해주면 좋겠다.

2. 친일인명사전이 발간되었다. 몇 년 전인지 까마득하지만 나도 그 편찬 작업에 소액을 기부했었다. 기록을 남기려는 뜻에 동참했던 것이다. 수치스러운 역사도 역사이다. 그 사전에 대해서 왈가왈부 시비가 있는 모양이다. 당연한 현상이다. 그런데 학문의 자유 그 자체를 헐뜯는 시비는 걸지 않으면 좋겠다. 연구는 다른 연구로 비판하거나 평가하면 된다. 도를 넘어서 역사를 파헤치는 작업 그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반자유주의적인, 권위주의적인 발상이다. 박정희나 장지연이 친일 행위를 한 것이 아니라든지, 혹은 특별한 사정이 있어서 친일했으므로 면죄부를 줘야 한다고 생각하면 관련 연구를 해서 결과를 발표하면 된다. 세상에 완벽한 연구는 없다. 서로 비판하면서 지식을 축적한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3. 분단국가라서, 휴전 중인 북한이 공산주의 정권이라서, "좌" 혹은 "왼쪽"이라는 용어는 조심해서 사용해야 한다. 최근에 어느 배우가 좌파라는 말을 잘못 사용해서 공개 사과하는 해프닝이 벌어졌었다. 영화계 인사들이 좌파라는 표현이었는데, 뭔가 막혀 있는 상황을 좌파로 설명했다고 한다. 어이가 없다. 원래 좌/우는 이념적 성향(특히 경제 관련)을 평가하는 기준일 뿐이다. 그 배우가 특별히 무식해서 그런 용어 오용이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본다. 아직도 권위주의 정권이나 인사들이 펼친 이념 놀이의 부작용이 살아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심지어 친일인명사전을 발간한 사람들을 좌파로 부르는 것도 인터넷에서 봤는데 말문이 막힌다. 자신의 견해와 다른 주장을 펴면 "좌", "좌파", "좌빨", "친북", "빨갱이" 등으로 매도하는 한심한 작태를 더는 용납하면 안 되겠다.

4. "된장녀"라는 표현이 있다. 맛과 영양을 자랑하는 우리의 대표 음식 된장에 대한 모욕일 수도 있겠다.^^ 최근 어느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한 여대생이 키가 작은 남자는 "루저"라고 말하여 소위 "된장녀"가 된 모양이다. 그런 "대단한" 발언을 여과하지 않고 공중파로 내보낸 것이 제작진의 실수였는지, 표현의 자유로 간주했는지, 노이즈 마케팅을 노렸는지, 기타 등등에 대해서 사람들이 궁금하게 생각하고 비판하는 것도 자연스럽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 여대생의 생각이 현재 우리 세태를 제대로 반영하는 것 같기도 하다. TV에서 상대방의 신체 조건을 우스개 소재로 쓰는 것을 흔히 볼 수 있고, 일상생활에서도 외모지상주의적인 발언을 쉽게 만날 수 있고, 평소 인사처럼 상대방 외모에 대한 표현을 내뱉는 우리 문화를 참작하면 그 여대생이 "된장녀"로 집중포화를 받는 것이 안스럽기도 하다. 남 외모에 대해서 무슨 생각을 하든 자유이지만, 표현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는 교훈을 모든 사람이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

5. 행정중심 복합도시 세종시 원안을 수정해서 명품 도시로 만들겠다는 대통령과 총리... 어느 쪽으로 가는 것이 더 명품인지 나는 잘 모른다. 전문가들이 알아서 잘 평가하겠지만, 전문가들 견해도 다르게 나올 것 같다. 이런 경우는 Pacta sunt servanda.(약속은 지켜야 한다.)를 되새기는 것이 좋겠다. 약속 어기는 것을, 식언하는 것을 일종의 "취미생활"로 여기는 것으로 보이는 분들에게는 쇠귀에 경 읽기가 되겠지만 말이다. "무위(無爲)의 정치"라는 것도 있다. 뭘 무리하게 하려고, 또한 바꾸려고 온갖 용을 다 쓰지 말고, 물 흐르듯이 점잖게 가는 정치, 이전에 합의하고 계획했던 것을 묵묵히 실천하는 정치가 그 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