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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3일 목요일

[자유] 유시민 씨의 자유에 대한 오해?

유시민 씨가 11월 29일 대전의 한 강연회에서 다음과 같은 발언을 했다고 합니다.

"제가 대통령과의 대화를 지켜보면서 몇 가지를 알게 되었는데 첫 번째가 대통령이 다른 뜻이 있어서 추진하는 것이 아니고 정말 국가를 위해서 하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적어도 주관적으로는. 그 전에는 제가 이명박 대통령이 왜 이렇게 할까, 모시는 참모들이 박근혜 전대표를 너무 두려워해서 이러는 걸까, 정치 전략적인 측면일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했고요. 세종시를 무산시킴으로써 이익을 얻는 집단이 이명박 대통령을 잘 설득해서, 보고를 잘못 받아서 이렇게 된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도 해봤습니다.

그날 프로그램 보고 나서 저는, 이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진짜 옳다고 생각해서 국가를 위해서 하는 일이다, 그런 결론을 얻었습니다.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진정성에 대해서는 우리가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상한 얘기를 왜 하지, 싶으실텐데요. 조금만 기다려보십시오. (웃음)

저는 이명박 대통령이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고 봅니다. 생각은 자유니까요. 대통령이 무슨 생각을 하건 그것은 대통령의 자유입니다. 그런데 대통령이 어떤 생각을 했다고 해서 자신의 권한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그것과 전혀 다르죠. 생각은 자유로우나 행정은 자유롭게 하면 안 되거든요."
출처: http://usimin.co.kr/2030/bbs/tb.php/ANT_T200/397783

유시민 씨가 무엇을 주장하려고 했는지 이해는 합니다. 그런데 "자유"라는 개념은 매우 중요한 것이므로, 특히 정치인이 그 단어를 사용할 때는 조심해서, 또한 정확하게 사용해야 합니다. 우리나라가 자유민주주의 국가이므로 행정도 원칙적으로 자유롭게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물론 헌법에 "국가는 행정의 자유를 가진다."라는 명시적인 조항은 없지만, 자유와 민주가 우리 헌법에 대못으로 박혀 있는 것을 참작하면 행정의 자유도 당연합니다. 행정이 방종으로 흐르면 안 되죠.

생각의 자유는 절대적 자유이지만, 행정의 자유는 상대적 자유라는 차이가 있기는 합니다. 유시민 씨가 그런 차이를 강조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유시민 씨가 뜻한 그 행정 자유는 자유가 아니고 행정 방종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자유에 대해서 약간 오해한 것은 아닐까요?

2009년 11월 30일 월요일

[정치] 대통령의 정치적 조작? 공작?

저는 지난 27일에 있었던 대통령과의 대화를 생중계이든, 녹화이든 시청하지 않았습니다. 안 봐도 비디오 정도가 된다고 여겼고, 언론 보도를 통해서 중요 사실은 확인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답답한 장면을 보지 않을 소극적 자유를 만끽한 것이죠. ^^

언론 보도를 보니 대통령이 다음과 같은 말씀을 했다고 하네요.

"세계 어떤 나라도 수도를 분할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전체를 이전하더라도 분할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대통령이 "수도 분할"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정치적 조작을 시도한 장면입니다. 매우 어설픈 정치적 조작 시도이죠. 왜냐고요? 세종시에 행정부처 일부를 옮기는 것이 수도 분할이라면, 우리나라가 이미 했습니다. 과천이 서울입니까? 과천은 행정구역상 분명히 경기도입니다. 혹자는 서울에 딱 붙어 있으니 다른 경우라고 주장하겠죠. 과천에 제2 정부종합청사를 짓고 이전했을 때 교통 관련 기술과 KTX가 "날아다니고" 인터넷으로 화상통화를 하는 요즘 상황을 비교해보면 세종시가 서울에 딱 붙어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이죠.

문제는, 대통령이 대다수 국민의 반대를 꺾으려고 무리한 머리 굴리기를 하는 것입니다. 헌재가 관습헌법이라는 매우 애매한 개념으로 행정수도 이전을 무산시키자, 국회에서 합의해서 만든 법이 "행정중심 복합도시"였습니다. 행정중심 복합도시를 수도 쪼개기로 의제 설정하려고 했으니, 어설픈 정치적 조작을 시도한 것이죠.

심하게 평가하면, 그렇게 주장하는 것은 정당한 정치적 조작이 아니라, 저열한 꼼수에 해당하는 정치적 "공작"이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입은 비뚤어져도 말은 바로 하라고 했습니다.

2009년 11월 13일 금요일

[자유] 최근 시사 쟁점에 대해서

1. 4대 강 사업이 정식으로 착공되었다. 서울대 이준구 교수는 4대 강 사업이 정부 주장대로 성공한다면 "겸허하게 무릎 꿇고 사죄"하겠다고 공언했다. 한 원로 학자가 그런 약속을 하게 만든 작금의 상황이 답답할 뿐이다. 지금은 개발독재 시대가 아니라는 상식을 정부와 여당이 다시 생각해주면 좋겠다.

2. 친일인명사전이 발간되었다. 몇 년 전인지 까마득하지만 나도 그 편찬 작업에 소액을 기부했었다. 기록을 남기려는 뜻에 동참했던 것이다. 수치스러운 역사도 역사이다. 그 사전에 대해서 왈가왈부 시비가 있는 모양이다. 당연한 현상이다. 그런데 학문의 자유 그 자체를 헐뜯는 시비는 걸지 않으면 좋겠다. 연구는 다른 연구로 비판하거나 평가하면 된다. 도를 넘어서 역사를 파헤치는 작업 그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반자유주의적인, 권위주의적인 발상이다. 박정희나 장지연이 친일 행위를 한 것이 아니라든지, 혹은 특별한 사정이 있어서 친일했으므로 면죄부를 줘야 한다고 생각하면 관련 연구를 해서 결과를 발표하면 된다. 세상에 완벽한 연구는 없다. 서로 비판하면서 지식을 축적한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3. 분단국가라서, 휴전 중인 북한이 공산주의 정권이라서, "좌" 혹은 "왼쪽"이라는 용어는 조심해서 사용해야 한다. 최근에 어느 배우가 좌파라는 말을 잘못 사용해서 공개 사과하는 해프닝이 벌어졌었다. 영화계 인사들이 좌파라는 표현이었는데, 뭔가 막혀 있는 상황을 좌파로 설명했다고 한다. 어이가 없다. 원래 좌/우는 이념적 성향(특히 경제 관련)을 평가하는 기준일 뿐이다. 그 배우가 특별히 무식해서 그런 용어 오용이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본다. 아직도 권위주의 정권이나 인사들이 펼친 이념 놀이의 부작용이 살아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심지어 친일인명사전을 발간한 사람들을 좌파로 부르는 것도 인터넷에서 봤는데 말문이 막힌다. 자신의 견해와 다른 주장을 펴면 "좌", "좌파", "좌빨", "친북", "빨갱이" 등으로 매도하는 한심한 작태를 더는 용납하면 안 되겠다.

4. "된장녀"라는 표현이 있다. 맛과 영양을 자랑하는 우리의 대표 음식 된장에 대한 모욕일 수도 있겠다.^^ 최근 어느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한 여대생이 키가 작은 남자는 "루저"라고 말하여 소위 "된장녀"가 된 모양이다. 그런 "대단한" 발언을 여과하지 않고 공중파로 내보낸 것이 제작진의 실수였는지, 표현의 자유로 간주했는지, 노이즈 마케팅을 노렸는지, 기타 등등에 대해서 사람들이 궁금하게 생각하고 비판하는 것도 자연스럽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 여대생의 생각이 현재 우리 세태를 제대로 반영하는 것 같기도 하다. TV에서 상대방의 신체 조건을 우스개 소재로 쓰는 것을 흔히 볼 수 있고, 일상생활에서도 외모지상주의적인 발언을 쉽게 만날 수 있고, 평소 인사처럼 상대방 외모에 대한 표현을 내뱉는 우리 문화를 참작하면 그 여대생이 "된장녀"로 집중포화를 받는 것이 안스럽기도 하다. 남 외모에 대해서 무슨 생각을 하든 자유이지만, 표현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는 교훈을 모든 사람이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

5. 행정중심 복합도시 세종시 원안을 수정해서 명품 도시로 만들겠다는 대통령과 총리... 어느 쪽으로 가는 것이 더 명품인지 나는 잘 모른다. 전문가들이 알아서 잘 평가하겠지만, 전문가들 견해도 다르게 나올 것 같다. 이런 경우는 Pacta sunt servanda.(약속은 지켜야 한다.)를 되새기는 것이 좋겠다. 약속 어기는 것을, 식언하는 것을 일종의 "취미생활"로 여기는 것으로 보이는 분들에게는 쇠귀에 경 읽기가 되겠지만 말이다. "무위(無爲)의 정치"라는 것도 있다. 뭘 무리하게 하려고, 또한 바꾸려고 온갖 용을 다 쓰지 말고, 물 흐르듯이 점잖게 가는 정치, 이전에 합의하고 계획했던 것을 묵묵히 실천하는 정치가 그 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