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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1일 목요일

[단상] 지리산 노고단에 대한 추억

(서울대 이준구 교수님 게시판, 2009/05/06, 사진: 노고단 도로, http://www.youth.co.kr/road/images/road007.jpg)

제가 지리산 노고단에 두 번 올랐었습니다. 처음은 학부 2학년 여름방학에 친구 두 명과 함께 구례 화엄사를 거쳐서 올라갔는데 무척 힘들더군요. 등산 코스 자체는 그렇게 길지 않아서 소박한 마음으로 간단하게 라면을 끓여 먹고 도전했는데, 큰 착각이었습니다. 라면 정도로는 충분한 에너지를 낼 수 없어서 거의 계속 올라가는 오르막을 거쳐 노고단에 도착했을 때는 세 명 모두 기진맥진 상태가 되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밤에 비까지 내려서 원래 계획했던 종주를 포기하고 산에서 내려와서 홍도로 향했던 가슴 아픈 기억이 첫 번째 노고단 등정이었습니다.

그다음 해에 지리산 종주를 다시 도전하려고 했는데 노고단 등정에 대한 공포심 때문에 "잔꾀"를 부려서 역종주를 선택했습니다. 지리산 최고봉인 천왕봉을 먼저 오르고 노고단 방향으로 가는 것을 지리산 역종주라고 하죠. 천왕봉이 노고단보다 훨씬 높지만, 등산 코스 시작 지점이 더 높은 곳에 있어서 더 쉬웠습니다. 일단 천왕봉에 오르니 그다음부터는 별로 힘들이지 않고 수려한 능선길을 따라서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며칠 동안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는 라면이 아니라 밥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천왕봉 등정에 나섰던 것은 물론입니다.^^

천왕봉에서 노고단에 이르는 지리산 능선길을 즐기고 나서 제가 느낀 것은 노고단 지역이 그 중 개발이 가장 많이 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오래전부터 유명세를 탔던 노고단은 옛날 선교사들이 휴양시설을 짓기도 했고 군사시설도 있어서 개발의 흔적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숨을 깔딱거리면서 깔딱고개를 지나면 마주치게 되는 자동차 도로를 보면 허탈해지기도 하죠.

그 노고단 지역을 이 대통령이 대선 후보시절에 답사하고 "아직 개발이 덜 됐어."라는 말을 남겼다는 기사를 읽고 왠지 스스로 밝힌 녹색 환경운동가라는 꿈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는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모르죠. 2 년도 채 되지 않는 기간에 환경을 열심히 공부해서 생각을 많이 바꿨을 수도 있겠죠.

4대 강 사업을 하면 콘크리트벽들이 많이 생길 텐데 그 회색을 녹색으로 어떻게 바꿀지도 걱정입니다. 혹시 녹색 페인트를 칠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겠죠? ㅋ 농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