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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9월 15일 화요일

[자유] 토론 사례: 과학이란? (상)

토론을 할 때 조심해야 하는 것이 여럿 있지만, 제가 보기에 가장 유의해야 하는 것은 상대방을 존중하는 것입니다. 저는 인간이 근본적으로 완전하지 않은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머리가 좋고, 공부를 많이 했더라도 자신이 모르는 부분이 혹시 있을지도 모른다는 개방적인 사고를 하는 것이 지식을 대하는 바람직한 태도일 것입니다.

십수 년 동안 인터넷 소통을 하면서 자신의 지식을 과신한다든지, 과도한 일반화의 실수를 범하는 것으로 보이는 사례를 많이 접했습니다. 지난주에도 제가 활동하는 동호회에서 과학에 대해 토론하면서 그 점을 또 느꼈습니다. 초등학생과 토론해도 상대방을 존중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지식의 바다가 한없이 넓고, 학력이 낮아도, 전문 분야가 아니더라도, 논리적으로 맞는 의견을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현재 학자가 아닙니다. 이전에 한 사회과학분야의 학자였던, 인터넷 토론을 즐기는 아마추어가 현재 저를 객관적으로 평가한 것입니다. 더구나 저는 자연과학을 전공한 사람도 아닙니다. 따라서 물리학, 화학, 생물학 등의 구체적 연구 내용을 잘 알지 못합니다. 천동설, 지동설, 플로지스톤, 산소, 다윈, DNA, 뉴턴, 아인슈타인 등에 대해서 저보다 훨씬 잘 아는 이공계 분들이 많죠. 그런 분들에게 제가 자연과학 운운했다면 조금 오버스럽게 보일 수도 있겠죠.

그러나 자연과학이나 사회과학이나 과학입니다. 과학적 연구방법론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죠.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의 연구방법론이 매우 세부적으로는 다를 수 있겠지만(연구 대상이 다르므로), 전체적인 틀로서 둘 다 과학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것은 객관적으로 인정받는 것입니다. 주관적으로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기는 있을 것입니다. 특히 자유주의에서는 완전히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생각은 자유이고, 표현의 자유도 있으니까요.

인간사를 다루는 사회과학은 과학이 아니라는 뉘앙스를 풍기는 사람을 만났습니다. 제 짐작에는 이공계 공부를 한 사람인 것 같습니다. 그런 이는 자신의 과학에 대한 주관적 견해나 과학에 대한 특정 시각을 맹신한 사례라고 저는 봅니다. 다음 의견을 보시죠. (http://kids.kornet.net/cgi-bin/Boardlist?Article=Politics&Num=42281)

"... 인간을 비롯하여 인간들로 구성된 조직 등 사회과학의 대상들에 관한 이론들은 자연과학의 이론들처럼 보편타당성을 추구하는 이론이라기보다는 개별성과 특수성에 기반한 상대적인 이론이라고 보는 게 현실적인 시각입니다. ... 경제학 이론들도 역사적인 관점에서 17세기 이후부터 지금까지 당대에 어떠한 경제학 사조들이 유행했나를 보면 절대적으로 옳은 경제학이론이라는 게 나올 수 없다는 것을 알 것입니다. ..."
저는 이 의견을 읽고 제가 아는 과학과는 전혀 다른 주장을 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질문했습니다.

"자연과학에는 절대적으로 옳은 이론이 있나요? 제가 잘 몰라서 질문합니다."
경제학에는 절대적으로 옳은 이론이 없다는 것은 제가 동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회과학이 "개별성과 특수성에 기반한" 것이라는 견해에는 동의할 수 없었고, 자연과학에서 "절대적으로 옳은" 과학 이론이 있는 것인지 의문이 생겨서 던진 질문이었습니다. 이어진 토론에서 자연과학에 절대적으로 옳은 이론이 있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대세는 자연과학에도 절대적으로 옳은 이론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제 추측을 뒷받침하는 의견이 대세라서 저는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다음에 제가 관련 문제제기를 했습니다. (http://kids.kornet.net/cgi-bin/Boardlist?Article=Politics&Num=42292)

"산소가 발견되기 전에는 산화를 플로지스톤 이론으로 설명했다고 들었습니다. 플로지스톤 이론은 산소가 발견되기 전에는 과학 이론으로 인정받기도 했겠죠?"
이것은 질문입니다. 제가 어떤 주장을 한 것도 아니고, 그때까지는 플로지스톤(Phlogiston) 이론을 과학 이론이라고 설명한 것도 아닙니다. 이공계 회원이 많으므로 플로지스톤 이론에 대해서 어떻게 보느냐를 문의한 것입니다. 그런데 한 회원의 답이 제 예상을 넘어섰습니다. (http://kids.kornet.net/cgi-bin/Boardlist?Article=Politics&Num=42293)

"청해님(제 인터넷 필명)은 과학이라는 개념을 잘못 이해하고 있습니다. 과학의 가장 기본적인 특징은 가설을 세우고 실험 또는 논리로 가설을 검증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따라서 예로 드신 연금술이나 종교 이런 분야들은 이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과학이라 칭할 수 없는 것입니다. ..."
저는 이 의견을 읽고, 이 글 서두에서 말씀드린, 토론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 매우 모자란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예 처음부터 제가 과학에 대해서 무지하다는 듯이 단정한 다음, 플로지스톤 이론을 연금술로 주장하는 강변을 늘어놓았습니다. 플로지스톤 이론은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defunct(폐기된) 과학 이론이고, 브리태니카 백과사전에는 그 이론의 대표적인 물리학자/화학자가 연금술을 공격한 것이라고 버젓이 설명합니다.

참조 1: http://en.wikipedia.org/wiki/Phlogiston_theory
The phlogiston theory (from the Ancient Greek φλογιστόν phlŏgistón "burning up", from φλόξ phlóx "fire"), first stated in 1667 by Johann Joachim Becher, is a defunct scientific theory that posited the existence of a fire-like element called "phlogiston" that was contained within combustible bodies, and released during combustion.
참조 2: http://www.britannica.com/EBchecked/topic/108987/chemistry/259704/Phlogiston-theory
This shift was partly simple self-promotion by chemists in the new environment of the Enlightenment, whose vanguard glorified rationalism, experiment, and progress while demonizing the mystical. However, it was also becoming ever clearer that certain central ideas of alchemy (especially metallic transmutation) had never been demonstrated. One of the leaders in this regard was the German physician and chemist Georg Ernst Stahl, who vigorously attacked alchemy (after dabbling in it himself) and proposed an expansive new chemical theory. Stahl noted parallels between the burning of combustible materials and the calcination of metalsthe conversion of a metal into its calx, or oxide. He suggested that both processes consisted of the loss of a material fluid, contained within all combustibles, called phlogiston.
그런데 그 회원은 막무가내로 설사 위키피디아가 플로지스톤 이론을 과학 이론이라고 불러도, 연금술의 연장임에 틀림이 없다는 엄청난 주장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과학에 대해서 오해한 것이 명백하다고 본다는 선언을 하더군요. 뭐, 그렇게 생각할 자유가 있기는 하죠. 표현은 방종이 될 수 있습니다. 저는 그 회원이 과학에 대한 이해가 매우 부족한 것이 거의 확실하다는 맞대응을 해줬습니다. 제 맞대응에 대한 응답은 아직 없습니다.

이 토론과 관련해서 또 다른 문제제기를 제가 했습니다. 내일 계속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