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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16일 수요일

[수필] 클래식 음악과 나

나는 중학교 3학년 때부터 클래식 음악을 즐겨 들었다. 중학교 3학년 겨울방학 때 어린 생각이었지만 다양한 교양을 갖추는 것이 내 인생에 도움이 되리라 판단하여 클래식 음악을 듣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 이후 클래식 음악은 나의 편한 친구가 되었다.

클래식 음악은 처음에는 가까이하기가 조금 어렵지만, 자꾸 반복해서 들으면 그 맛이 더 우러난다고 생각한다. 내가 종합적으로 좋아하는 작곡가는 베토벤과 모짜르트이다. 베토벤은 중후한 멋이 있고 모짜르트는 역시 천재성이 엿보이면서 경쾌함이 멋이 있다. 개별적인 곡으로는 베버의 클라리넷 협주곡과 구노의 오페라 파우스트를 좋아한다. 베버 클라리넷 협주곡 제1번 제2악장은 날씨가 흐릴 때 들으면 그 정취가 더 배어난다고 할 수 있다. 구노의 파우스트는 내용도 내용이지만 오페라 전체의 곡들이 보석과 같다는 느낌을 항상 받았다. (아래는 오페라에 나오는 "보석의 노래" 아리아임.)


Angela Gheorghiu "Oh Dieu! que de bijoux" Faust (2004)

1980년 대학교 1학년 때 5.18이 일어나 휴교하자 나는 일찍 고향으로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5월 17일에는 누님댁에서 잤는데, 그다음 날 5.18이 일어났던 것이다. 서울대 기숙사인 관악사에 전화를 해서 짐을 가지러 들어가도 괜찮으냐고 문의하자 들어올 수는 있는데 별로 권하고 싶지 않다는 직원의 안내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 뒤에 들은 얘기지만 기숙사에서 잠을 자던 학생들이 계엄군에 의해서 난타당했다고 한다. 나는 운이 좋아서 계엄군의 폭력에 당하지 않고 몸 성히 고향으로 향할 수 있었다.

휴교 중이라서 다른 소일거리를 찾아야 했다. 아이디어를 낸 것이 평소 좋아했던 클래식 음악 공부나 해보자는 것과 외교학과 지망생으로서 불어를 배워보자는 것이었다. 그때 집에는 구식 전축이 하나 있는 정도라서, 좋은 시설에서 음악을 듣고 싶은 욕심에 부산의 부심지인 서면에 막 개업한 클래식 커피숍에 자원봉사 DJ를 신청하기로 했다. (수필 "藝田" 참조) 주인아주머니는 빈자리가 없다면서 거절하셨는데, 내 뜻을 설명하고 DJ의 점심때를 넣어서 무보수로 일하겠다고 하니 승낙하셨다.

그 커피숍에서는 음악을 일단 올리면 그 곡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 들을 수 있었다. 나는 구노의 오페라 파우스트를 그 당시 매우 즐겼는데, 길이가 2시간 반이 넘는 긴 음악이었다. 오전 10시경부터 2시경까지 4시간 정도 DJ 박스를 지켰는데, 파우스트를 올리면 담당시간 대부분이 지나가버리는 식이었다. 몇몇 손님은 신청곡이 나오지 않는다고 나에게 항의도 했었다. 그 당시에 나는 좋은 시설에서 많은 클래식 음악을 들을 수 있어서 참 행복했었다.

이런 클래식 음악에 대한 관심 때문에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 지역에 살면서 KAMSA(Korean-American Music Supporters' Association, http://www.kamsa.org/)라는 한국인 음악인 후원회의 Webmaster 겸 이사로 자원봉사를 한 적도 있다. KAMSA는 매년 한국인 청소년 오케스트라를 조직하여 연주회를 하며, 가을에는 유망한 젊은 한국인 음악인을 초청하여 샌프란시스코의 Herbst Theatre에서 미국 서부 데뷔 연주회를 연다. 모든 이사의 활동은 자원봉사로 이루어진다.

유학 시절 이후로는 클래식 음악을 자주 듣지는 못하고 있다. 요즘은 인터넷이 발달하여 많은 클래식 음악을 인터넷으로 들을 수 있어서 좋다. 클래식 음악을 배경에 깔고 컴퓨터로 작업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도 권해 드리고 싶다. 음악을 들으면 영혼이 맑아지는 느낌이 들 때가 잦다.

2009년 7월 28일 화요일

[수필] 藝田 (예전)

藝田(예전), 이름 멋있죠? 블로그 초기인 요즘, 부산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해서 조금 망설여지기는 하지만, 글이라는 것이 필이 꽂히면 줄줄^^ 나가기 때문에 다시 할 수밖에 없네요. 양해 부탁합니다.

사실, 저는 다른 인터넷 공간에서는 고향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습니다. 공개를 꺼리는 편이라고 보셔도 됩니다. 그것은 제가 정치적 지역주의 완화 혹은 극복에 관한 주장을 자주 하기 때문입니다. 제 출신지역을 독자가 알면 괜한 선입견이 생길 수도 있겠다는 걱정에 그렇게 해왔습니다. 이곳은 제 개인 블로그이니, 저에 대해서 가능한 한 솔직하게 많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것이 저에게도 편합니다. 사적으로 남 욕하는 것보다 저에 대해서 주저리주저리 하는 것이 더 낫죠.^^

藝田은 제가 대학교 1학년일 때 자원봉사를 했던 클래식음악 커피숍 이름입니다. 부산 부심지인 서면 뒷골목에 있었습니다. 부산은 도심이 자갈치 시장이 있는 남포동/광복동 일대, 부심지가 부전동이 있는 서면이었습니다. 지금도 그럴 것입니다.

1980년 5.18이 터졌을 때, 저는 다행히 서울대 기숙사에 있지 않았고, 외박을 했습니다. 누님이 이사하신다고 해서 인사차 그 집에 들렀는데, 때맞춰서 군인들이 서울대 캠퍼스로 들어왔죠. 나중에 들으니 사감 교수님부터 학생까지 큰 봉변을 당했더군요. 새벽에 자고 있는데 곤봉이 날아들었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아찔하시죠? 저는 사주팔자가 좋았는지, 그 인권유린 현장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ㅜ.ㅜ 학교출입이 봉쇄되었습니다. 고향으로 내려가기 전에 제 물건을 기숙사에서 가져 나올 수 있는지 행정실에 전화했습니다. 들어갈 수는 있는데, 전혀 권유할 마음은 없다고 친절하게 안내하시더군요. ㅋ

그다음 날 부산으로 내려갔습니다. 가방도, 책도 없는 맨몸 귀향이었습니다. 나중에 학교에서 이러저러한 숙제를 제출하면 학점 준다고 해서, 리포트는 고향집에서 열심히 적었습니다. 시간이 제법 남더군요. 시간이 남으니 대략난감 상태가 되었습니다. 외교관이 되고 싶은 생각에, 미리 준비한답시고 알리앙스 프랑세즈에 불어를 배우러 다녔는데, 그래도 시간이 남았습니다.

하루는 친구가 서면에서 만나자고 해서 나갔더니, 藝田이라는 아담한 클래식음악 커피숍이었습니다. 새로 개장했는데 음향시설이 좋아서 제가 혹했습니다. 그래서 무료로 DJ를 해주겠다고 주인에게 말씀드렸죠. 이미 DJ가 있어서 필요 없다는 냉정한 답을 처음에 들었지만, 저는 한다면 하는 사람입니다. ^^ 적당한 의제 설정(agenda setting)과 정치적 조작(political manipulation)을 했습니다. DJ도 점심은 드셔야 될 것 아니냐고 하면서, 그 시간대에 두 시간 정도 봐 드리겠다고 했죠. 무!료!를 강조했습니다. ^^

드디어 허락이 떨어졌고, 저는 하루에 세 시간 정도 훌륭한 음향시설에서 커피 대접을 받으면서 클래식 음악감상을 할 수 있었습니다. 원래 점심 식사는 포함되어 있지 않았는데, 나중에는 점심 도시락도 DJ 박스에 넣어주시더군요. 함께 DJ를 했던 누나는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는 소식을 한참 뒤에 들었는데, 그렇다면 저와 같은 나라에 있는 셈이네요. 이 글을 보시면 연락해주세요. ㅋ

그 당시 부산에서 가장 유명했던 클래식음악 커피숍은 남포동의 전원(田園)이었습니다. 藝田보다 훨씬 컸습니다. 이름이 비슷하네요. 베토벤 6번 교향곡에서 따왔었겠죠. 저에게 전원보다 아담한 藝田이 더 좋았을 것은 독자께서 쉽게 짐작하시겠죠. 藝田에서 자주 틀었던 프랑스 작곡가 구노의 오페라 파우스트가 오늘따라 듣고 싶습니다. 베토벤 전원 교향곡과 구노 오페라 파우스트에 나오는 "병사의 합창"을 듣겠습니다.



SOLDIERS CHORUS, FROM GOUNOD´S "FAUST"
WIENER STAATSOPER, ERICH BINDER CONDUCTING.


Karajan - Beethoven Symphony No. 6 In F Major 'Pastor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