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릴 때 읽었던 링컨 전기
제가 보기에는 그분은 자유주의자가 아닌 것 같습니다. 자신이 들으면 펄쩍 뛰겠지만, (반공주의를 자유주의로 등치 하면 반응이 이럴 수 있습니다.), 특정인을 이 세상에 존재하지 말라는 충고를 했다는데, 이거 참. 무슨 신념이 그렇게 강하신지... 자유주의자는 극단적인 경우(예컨대, 자신의 생명이 위협받는 경우)가 아니라면 어떤 사람에 대해서도 그 존재를 부정하지 않는 편입니다.
절대적 선악의 구분도 없습니다. 상대적으로 못 됐다고 평가할 수는 있겠죠. 내가 존재할 자유는 있고, 남이 존재할 자유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일반화시키기에는 논리적으로 무리가 있죠. 내가 있으면 다른 사람도 당연히 있어야 되는 것이 논리적으로 맞습니다. 물론 권위주의 논리는 다르죠. 권위를 가진 쪽이 없는 쪽을 압박하는 것이니까, 심한 경우에는 너 없어져!라고 할 수도 있겠죠. 실제로 지난 권위주의 정권 때 사라진 분들이 있지 않습니까? 삼가 명복을 빕니다. 또한, 생각의 자유는 그 자체 내에서는 신성불가침이기 때문에 자유주의에서는 남이 건드리지 못합니다. 따라서 모든 사람이 A를 악이라고 해도, 남은 최후의 한 명은 A를 선이라고 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애로우 교수의 불가능성 정리에서 “Universal Domain”: 어떤 선호도 허용된다.)
여기서 지적 상대주의가 도출됩니다. 그렇습니다. 자유주의는 지적 상대주의를 취합니다. 무엇인가 절대적으로 옳은 것이 있다는 주장을 펴는 사람은 자유주의자가 아니라고 보셔도 무방합니다. 종교가 아닌 세상에서 말입니다. 따라서 링컨 전기를 쓴 그분을 자유주의자로 평가하기는 조금 그렇죠. 아이러니입니다. 그런 분이 자유주의자 링컨 전기를 썼으니까요. 뭐, 그런 자유도 있습니다.^^
(2) 링컨에 대한 거시적, 미시적 평가
경제학을 미시와 거시로 나누는 것처럼, 링컨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나눠보면, 거시적으로는 우리가 상식으로 아는 그런 훌륭한 대통령, 큰 정치가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나라가 쪼개질 수 있는 위기에서 전쟁도 잘 치렀고, 그 이후 봉합 혹은 통합(이런 경우가 통합입니다.)도 잘 마무리 지었으니까요.
대통령이 되기 전 링컨의 정치적 행보를 미시적으로 살펴보면 우리가 아는 그런 도덕군자와는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저는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정치학을 전공해서 그런지 정치인을 도덕으로 평가하는 것은 영 궁합이 맞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3) 마키아벨리(Nicolo Machiavelli): 도덕과 정치의 분리
기회가 왔습니다. 메디치가에서 “장자방”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회심의 미소를 짓고 그 유명한 군주론을 쓱 내밉니다. 군주론의 핵심은 "권모술수"가 아닙니다. 사람들은 마키아벨리라고 하면 자동으로 권모술수를 떠올리는데, 마키아벨리로서는 많이 억울할 것입니다. 전형적인 부분 발췌 신공이 마키아벨리에게도 적용된 것입니다. 전체 맥락은 차치하고 극히 일정 부분의 표현을 따서 자신에게 덮어씌웠으니 어찌 억울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정치학계에서는 마키아벨리는 마키아벨리주의자가 아니라는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에서 주장했던 것은 무엇일까요? 국가가 망하면 군주고 백성이고 나발이고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입니다. 일종의 안보론입니다. 더구나 그 이야기는 세습이 안정된 군주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고, 세습이 아직 확고하게 자리를 잡지 못한 신생 군주국에 대한 보신책이었습니다. 즉, 백성에게 조금 세게 대하더라도, 나약하여 남의 나라에 잡아먹히는 그런 경우보다는 훨씬 낫다는 이야기입니다. 맞는 말이죠. 전쟁에 져서 많은 사람이 죽어나가면, 그 전에 군주가 백성을 아무리 사랑했어도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여기서 정치와 도덕이 구분되기 시작합니다. 도덕은 도덕대로, 정치는 정치대로 따로 분리해서 평가하는 것이 맞다!라는 근대적 주장이 도출되는 것이죠.
그렇다면 링컨은 근대 이후의 정치가이니 당연히 도덕적 잣대를 그의 정치적 행보에 갖다대면 안될 것입니다. 여러분, 정치인이 자신은 착합니다, 좋은 사람입니다, 기타 등등을 공적 자리에서 말하면 믿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그것은 베토벤 교향곡 9번을 배경음악으로 틀어 놓고, 피카소 게르니카 좋지요?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정치인은 정치적 소양이나 이전에 무엇을 이루었는지를 보고 엄하게 다뤄야 합니다. 왜냐하면, 정치가 공금을 만지는 작업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국민이 세금을 거둬서 줍니다. 공금이죠. 그것을 권위라는 무형의 칼로 이렇게 나눠주고, 저렇게 나눠주는 것이 정치입니다. 따라서 국민이 눈을 싯(!)퍼렇게 뜨고 감시를 잘 하지 않으면, 언제 “in 정치인 포켓”이 될지 모릅니다. 조심해야 됩니다.
아, 이야기가 또 이렇게 되었네요. 휴~ 링컨 한번 만나기 너무 어렵네요. 하기야 그렇게 유명한 사람이니 배알하기가 쉽겠습니까. 우리가 참아야죠. 내일 계속 이야기합시다. 미안합니다~ ㅋㅋㅋ
후기 1. 제가 인터넷에 찾아보니 라이커 교수님의 그 책이 디지털 자료로 있군요. 관심 있으신 분은 예습하셔도 좋고요. 몇 페이지 안됩니다.^^ http://tinyurl.com/riker-ahn
후기 2. “관습헌법” 좀 가르쳐주세요. 특히 법 쪽에 계신 분들~ 부탁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