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아버지께서 부엌에 들어가서 일하시는 것을 본 적이 한 번밖에 없습니다. 아버지는 전형적인 유교적 가장으로서 여자는 부엌, 남자는 직장을 본거지로 하여서 벗어남이 없어야 된다는 것을 전형적으로 보여주신 분이었습니다. 아마 그것이 제가 중학생이었을 때였을 것입니다. 어머니는 부재중이셨고, 도와주시기로 한 친척이 시골에서 아직 도착하지 않았을 시점이었던 것 같습니다. 등교하려고 옷을 차려입고 부엌에 들어가 보니, 그 엄하셨던 아버지께서 제 도시락을 만들고 계셨던 것이 아닙니까. 한 편으로는 충격이었고, 다른 한 편으로는 아버지 모습이 약간 우스꽝스러웠습니다.
"아버지, 제가 하겠습니다."그 도시락은 어머니께서 싸주신 것에 비하면 조금 어설픈 모양이었지만, 그래도 뿌듯하게 가져가서 맛있게, 그리고 조금은 서글픈 마음으로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버지께서 부엌에서 어정쩡하게 일하시던 모습을 떠올리면서 "이건. 영 아니네..."라고 생각했었습니다.
"내가 하니까 이상하냐?"
아마도 시대, 장소, 사람에 따라서, 가사 일을 남자가 하는 것이 어색할 수도 있고 자연스러울 수도 있을 것입니다. 유학 시절, 한국 유학생 부인들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한국 남자들은 중국 남자들이 부엌 일을 하는 것을 보고 배워야 한다는 말을 자주 했던 것 같습니다. 같은 유학생인데도 중국 기혼남 유학생들은 대부분 부엌 일을 했지만, 부인이 있는 한국 남자 유학생들은 거의 부엌 일을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 글을 읽는 분들의 상상에 맡기는 것이 재미있겠습니다. 이 선생님께서는? 쿠키를 잘 만드시고, 장 보시는 특기가 있으시다는 기존 정보가 있다는 정도는 제가 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