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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 8일 화요일

[정치] 사람을 살리기도 하는 군대

(서울대 이준구 교수님 게시판, 2010/7/25)

아래에 전쟁과 평화에 대한 논의가 있어서 2008년 4월 12일에 올렸던 글 "주말, 전쟁 공부"를 약간 수정하여 다시 올립니다. ^^

위 그림은 Bruce Bueno de Mesquita 교수의 국제위기게임 입니다. 국제위기에서 벌어질 수 있는 전략적 상호작용을 매우 효과적으로 설명해주는 게임 모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A 국가와 B 국가가 싸움 직전까지 갔다고 합시다. 두 국가는 모두 전쟁을 치르기보다 평화를 더 좋아합니다.

(평화) > (싸움A) or (싸움B)

여기서 평화란 두 국가 모두 돌진하지 않는 것을 의미하고, 싸움A는 A가 먼저 건 싸움, 싸움B는 B가 먼저 건 싸움입니다. 그래도 전쟁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다음과 같은 선호순서를 상정해봅시다.

A: 항복B > 평화 > 싸움A > 항복A > 싸움B
B: 항복A > 평화 > 싸움B > 싸움A > 항복B

A와 B 모두 가장 선호하는 것은 상대방의 항복입니다. 일반적으로 전쟁에서 first-strike advantage를 인정합니다. 따라서 상대방이 먼저 걸어온 싸움보다는 자신이 먼저 건 싸움을 선호합니다. B는 상대방이 돌진해올 때 항복하지 않고 되받아치지만, A는 상대방이 돌진해오면 그냥 항복하는 타입이라고 합시다.

이 게임의 Subgame Perfect 균형은 싸움A(돌진, 돌진)입니다.

결정 분기점4 (A의 선택): 항복A > 싸움B
결정 분기점3 (B의 선택): 항복A > 평화 (4에서 A의 선택 참조)
결정 분기점2 (B의 선택): 싸움A > 항복B
결정 분기점1 (A의 선택): 싸움A > 항복A (4, 3, 2에서 선택 참조)

이 경우 A와 B 모두 평화를 싸움보다 더 좋아하지만 전쟁이 일어나게 됩니다. 만약 A의 선호순서가 B 선호순서의 대칭형인 (항복B > 평화 > 싸움A > 싸움B > 항복A)이면 균형은 평화가 됩니다. 즉,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 A는 싸움을 불사하는 더 센(tough) 선호순서를 가져야 합니다. 평화를 바란다면 전쟁을 준비하라는 경구를 연상시키지요.

Si vis pacem, para bellum.

군대의 존재가 전쟁을 막을 수도 있습니다. 군대가 전쟁을 막고 사람을 살리기도 합니다. 국제정치학의 억지(deterrence) 개념이 바로 그 점을 설명합니다.



purejungs
(2010/07/25 23:59)
와우~ 신기한데요! 이런 새로운 인식을 할 수 있는 기회 주셔서 감사합니다.!
 
홍기호
(2010/07/26 10:11)
안 박사님, 별 일 없으시죠? :)
 
안병길
(2010/07/26 11:37)
purejungs님, 2년 전 글이라서 머쓱했는데 좋게 봐주셔서 고마워요.

Dr. 홍, 저는 잘 있습니다. 이곳은 여름이라도 원래 덥지 않은 곳인데, 올해는 평균 기온보다 낮아서 더 시원하게 지냅니다. 무더운 장마철에 일하시느라 고생 많을 Dr. 홍을 생각하니 조금 미안하네요. ^^
 
 
이준구
(2010/07/26 13:36)
세계 기상 뉴스 보면 거긴 정말로 온도가 낮더군요.
Dr. 홍만 고생이 심한 게 아니라 Prof. 이도 고생이 심합니다.
테니스로 이겨내고 있습니다만.
 
안병길
(2010/07/26 14:12)
이곳의 시원한 공기를 보내 드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장마도 선생님의 테니스 사랑은 말리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 
 
뜸뿌기
(2010/07/26 14:50)
침략과 지배를 일삼던 제국주의 시대에나 어울리는 공식이군요..지금 이시대에는 전쟁으로 다른 나라를 지배할 수 없습니다. 20세기에 침략전쟁을 일으킨 독일과 일본 등이 결국은 패망하고 이들의 침략을 받았던 나라들이 모두 해방된 사실을 보면 알수 있습니다. 만약 지금 이시대 어떤 나라가 다른 나라를 침략했다고 하면 그 침략전쟁을 일으킨 나라는 어떻게 될까요? 국제관계에서 그 나라가 온전할까요? 그 나라는 전범국가로 지목돼서 세계경제로부터 봉쇄를 당할 겁니다. 그럼 그나라 경제는 피폐해지고 위기가 옵니다. 결국은 침략을 일으킨 전쟁을 원상태로 되돌릴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이시대는 국제관계가 중요합니다. 국제사회가 용인하지 않는 침략전쟁을 일으킬수없습니다. 허니 군대에 그리 의존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준구
(2010/07/26 16:55)
침략전쟁을 일으킨 나라는 국제관계에서 온전할 수 없다?
국제관계를 너무 이상주의적으로 보는 것 아닌가 모르겠네요.
지금 이 순간에도 군사력 강한 나라가 약한 나라를 x패듯 두들기고 있지 않습니까?
 
임형찬
(2010/07/26 18:29)
예 ) 게오르기야(조지아 또는 그루지야) vs 러시아
 
안병길
(2010/07/26 22:56)
유감이지만, 우리 지구는 전쟁과 분쟁이 없는 유토피아가 아직 아니지요. 
 
임형찬
(2010/07/27 00:52)
박사님 여긴 폭염인거 같습니다.
이상하게도 태풍 소식도 없어서 폭염이 지속될 듯 하네요.

근데 박사님도 자택에 총기를 소지하시나요?;;
왠지 전쟁과 평화라는 관점에서 미국사회란게 개인적으로도 실천하는 동네라서요. 궁금합니다. ㅎㅎㅎ
 
안병길
(2010/07/27 06:48)
우리 집에는 총기가 없습니다. 사냥을 즐기지도 않고, 총기가 필요할 만큼 험한 곳에 사는 것도 아니니까요.
로스엔젤레스에서 장사를 하는 교민들은 상점에 총기를 비치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들었습니다. 그 동네가 조금 험하거든요. 강도가 들면 경찰이 오기 전에 자력구제를 하는 사례가 있기도 하죠. 그 총기는 사람을 죽이기 위한 것이 아니고, 자신을 살리기(방어) 위한 것입니다.
  
 
뜸뿌기
(2010/07/27 08:39)
평화적 해결점이 있음에도 군사력에 의존한 결과 전쟁이 발생한 것일 수도 있고요. 국제사회가 그루지야사태에 대해 마냥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정치를 못하는 사람들이 전쟁을 일으키죠.
 
임형찬
(2010/07/27 12:21)
미국 사회는 딱 뭐라고 정의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박사님 동네가 쭉 ~ 그저 그런(좋은 의미) 동네였으면 좋겠습니다. 특별할 거 없는...

뜸뿌기 // 국제 사회 마냥 안 봤죠. 근데 러시아가 가스, 석유 틀어막으니 어쩔 수 없었죠.
그루지야는 나토 가입하고 싶어도 못 하지요. 가입시키면 러시아가 행동으로 보여준다고 했으니까요.

남오세티야는 본래 그루지야 영토입니다만은 러시아인이 90%가 되어버렸습니다. 소련의 이주 정책으로 인해서 말이지요. 남오세티야가 독립하려고 시도할 때 그루지야는 반대했고, 러시아는 흡수를 고려했지요. 평화적 해결점??? 별로 없었습니다. 특히나 남 오세티야는 송유관이 지나가는 요충지라 둘 다 양보할 수 없습니다.
 
영도스키
(2010/07/27 13:46)
제가 감히 단언 하건데, 뜸뿌기님은 정치하면 안되실듯 해요^^ 협상에서 다 뺏기고 돌아 올 것 같네요.

비꼬는 것이 아니라, 생각이 이미 한 쪽으로 굳어져 있어서 아무리 설명하고 반례를 들어도 인정하시지를 않네요.

아마 전쟁 하면, 다 잃고, 저런 정치 못하는 것들..하고 말만 하실듯.

저도 평화 좋아합니다. 군대 싫어 하구요,
다들 다툼 없이 만족하며 평화 롭게 살았으면 더 할 나위 없이 좋겠습니다.

하지만 어디 국제 사회가, 현실이, 그렇습니까?
조금만 약점을 보이면 명분을 만들어 조금이라도 자신의 이득을 취하려고 하는 곳이 국제 사회 아닙니까?

진심으로 외교력에만 의존한 평화가 가능 하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저는 군사력을 포함한 국력이 뒷받침 되지 않는 외교력은 허울 좋은 개살구 만도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뭐가 있어야 씨알이 먹히겠죠?

그래서 군대가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존재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위의 모형은 그 한 예를 보여 준 것이고요. 매우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전혀 동의를 안 하시니... 이 말도 공중에 날아가 버릴까 조금은 걱정되네요.
 
김규식
(2010/07/29 01:22)
국제정치학에서 이상주의자와 현실주의자들의 논쟁이군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