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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8월 10일 월요일

[단상] 메모리에 대한 메모리

(서울대 이준구 교수님 게시판, 2008/03/18, 원본을 약간 수정했습니다.)

제가 PC를 처음 접한 것이 1987년이었습니다. 그 당시 IBM의 초창기 PC가 보급되면서 제 호기심을 많이 자극했습니다. 처음 부팅 하려면 넓적한 DOS 디스켓을 먼저 집어넣고 한참 기다리는 식이었죠. 개인적 사정이 생겨서, 집에 꼭 PC가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큰 마음 먹고 그 당시로는 최신형에 가까운 386SX 컴을 장만하게 되었습니다. 학생 신분에 간이 밖으로 나왔던 것이죠.

제 호기심을 충족시키려는 음흉한 흉계도 있었습니다. 286이 16비트이고, 386이 32비트인데, 386SX는 16비트와 32비트의 짬뽕 보급형 모델이었습니다. 사양은 메모리 2MB^^에 하드 20메가 바이트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지금은 메모리 단위가 기가 바이트로 올라갔으니 격세지감이죠.

그런데 메모리 체크를 해보면 2메가로 나오지 않고 1메가 정도로 표시해주는 것입니다. 우편 주문으로 구매해서 속은 것은 아닌지 며칠을 고민하다, 같은 학교 경제학과에 교수로 재직하고 있던 친구에게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그 친구가 나머지 메모리는 extended memory로 취급되어서 그렇다고 말해주면서 저를 맘껏 "능멸"하더군요. 그래서 제 무식에 한이 맺혀서 하던 공부를 일부 뒤로 미룬 채 PC 공부에 돌입하게 되었습니다.

한 달 뒤, 그 친구와 얘기를 하던 중 다시 PC 얘기가 나왔습니다...
안: expanded memory는 뭔지 아냐?
친구: ..... 잘 모르겠는데?
안: (폼 잡으면서) expanded는 말이야, 어쩌고 저쩌고... (지금은 모두 잊었습니다.)
친구: 음, 한 달 만에 인간이 이렇게 바뀔 수도 있구나. 놀랍도다. ㅋㅋㅋ

제가 기계에 친화력이 조금 있는 편입니다. 기계는 거짓말을 잘 안 하더군요. 요즘은 게임을 하지 않지만, 저희 애가 어렸을 때는 함께 슈퍼마리오 형제들을 도와서 공주님 구하기에 많은 시간을 들였습니다. 게임이 잘 진행되지 않으면 애가 신경질을 낼 수 있다는 핑계를 계속 대면서, 갇혀 있는 공주님이 얼마나 갑갑하겠느냐는 인류애적인 사명감도 주장하면서, 게임기와 함께 재미있는 시간을 제법 보냈습니다. 결국, 가장 최근 버전을 제외한 모든 슈퍼마리오 게임에서 갇혀 있던 공주님들을 모두 구했습니다! (비슷한 종류의 게임들에서 슈퍼마리오와 젤다 이외의 게임은 별로 끌리지 않더군요. 스타크가 그렇게 재미있다는데...)

나중에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워보겠다고 겁도 없는 생각을 해봤는데, 정신 추스르고 하던 공부나 마저 끝낼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죠. ^^ 그때 프로그래밍 언어를 공부했다면, 제 인생이 바뀌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때 제 결정에 대해서 감사해야 할지, 야속하게 생각해야 할지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

컴퓨터를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real memory 용량도 높아야 하고, 하드디스크의 virtual memory도 적정 크기로 설정해줘야 합니다. 물론 컴퓨터 켤 때 암호도 잘 입력해야 하고요. 요즘 정부에 관한 얘기 가운데 컴퓨터나 메모리 얘기가 가끔 나와서 메모리 생각이 났었습니다...

얘기를 끝내고 보니 또 다시 두서없는 주저리주저리였네요. ㅎㅎㅎ

(컴퓨터 값 많이 내렸지요. 커다란 회의용 탁자와 의자들 구매하는 비용으로 최신형 노트북 몇 대는 쉽게 장만할 수 있을 겁니다. 그 정부 예산이 없다면 제가 한 대 선물할 수도 있고요. 주문하면 하루 이틀 만에 설치해주지 않을까요? 열흘 동안 컴퓨터 사용 못 했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메모리나 그것을 그대로 받아 적어 보도하는 메모리나 참 신기하기만 합니다. 저는 남 칭찬도 많이 하고, 될 수 있으면 긍정적으로 생각하려는 편인데... 향후 제 성정이 이전과 조금 달라지면 그것은 전적으로 제 책임만은 아닐 것 같습니다. -.-+)

사진 출처: http://www.mymemory.co.uk/images/product_shots/6676_123358231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