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이준구 교수님 게시판, 2009/02/21)
베토벤이 말년에 청력을 잃었음에도 작곡에 매달리는 불굴의 정신을 보여줬다는 사실은 유명합니다. 어린 시절 악성 디프테리아로 시력을 잃었는데 그것을 극복하고 아름다운 음악을 남긴 스페인의 작곡가가 있습니다. 세 살에 실명한 호아킨 로드리고(Joaquin Rodrigo)입니다. (스페인어에서는 J를 ㅎ으로 발음하므로 죠아킨이 아니고 호아킨입니다.)
로드리고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아랑훼즈(Aranjuez) 협주곡이죠. 아랑훼즈는 아름다운 정원으로 유명한 옛 별궁이 있는 스페인의 도시 이름입니다. 기타가 섬세하고 미려한 음색을 자랑하는 악기이지만 음량이 상대적으로 약해서 협주곡의 독주 악기로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는데, 로드리고가 1939년에 아랑훼즈 협주곡을 선보여서 기타도 큰 오케스트라와 함께 훌륭하게 연주될 수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스페인 기타 음악의 위상이 올라갔음은 물론이었죠.
경쾌한 리듬의 1악장, 왠지 구슬픈 2악장, 춤을 추는듯한 3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느린 선율의 2악장이 가장 사랑을 받는 것 같습니다. 혹자는 2악장이 1937년에 있었던 게르니카 폭격에서 영감을 얻었을 것이라는 추정을 하기도 했습니다만, 로드리고 부인의 회고로는 결혼 초의 행복과 첫 애를 유산했을 때의 아픔을 표현한 것이라고 합니다. 기타리스트 죤 윌리엄스, 다니엘 바렌보임 지휘, 베를린 필하모닉 협연으로 들어보시죠.
즐거운 주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Concierto de Aranjuez (Joaquín Rodrigo)
Daniel Barenboim & Berliner Philharmoniker
Guitar : John Williams
Live at Waldbuhne, Berlin, Germany, June 21, 1998